내가 어릴 때에는 스무살이 넘으면 ‘큰 사람’이 되어있을거라고 생각했었어. 내가 아주 어릴 때 보던 형들의 모습은 늘 ‘어른’이었거든. 분명 다른 생각을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했었어. 대학교에 들어가고, 군대를 가고, 또 이렇게 세상을 살면서도 나는 아직도 어린 사람 같아. 그리 현실적이지도 못하고, 명철한 판단을 내려 모든 일을 진행하지도 않고, 여전히 그저 물 흐르는대로 그렇게 ‘순리’대로 지내고 싶어하는걸 보면 말이지. 아마 어른이 되면 어디에서 무얼하고, 누구를 만나면서 어떻게 지내겠다…라고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막연한 생각들이 점차 내 안 깊숙히 다가 왔을 때, 정말 내가 어떤 답을 시원하게 말 할 수 있을까 하는.
가끔 사람들을 만나면, 특히 처음 대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난 참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없나봐. 상황에 따라 그저 편한 이야기, 농담도 하면서 화제를 이끌 수도 있을텐데 말야. 스물 여섯해를 살아오면서 내가 터득한 나만의 처세술이라는 것들도 있을텐데 말야.
어른이 된다는 생각.
어른이 되아야겠다는 아주 어린시절에 그런 기억들은 스물이 지나면서, 서른을 바라보게 되면 또 어떻게 달라질까. 열살을 갓넘은 날들의 일기를 꺼내어 보면, 내 안의 세상은 그렇게 넓지도 좁지도 않은 늘 그만큼의 작은 원, 테두리 안에서만 지냈던 것 같은데. 삶을 살아간다는 그런 현실적인 이유에서 일까. 누구에게도 마음을 터놓고 편하고 쉽게 생각하고 만나는게 쉽지 않는 이유가. 나에게 주어진 모든 길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쉽게 건널 수 있는 강이 아닐거야. 삶이란 긴 강은.
어른이 된다는거. 삶을 이어간다는거. 어느 책 어느 구절엔가 나오는 말처럼. 있지도 않는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 무작정 사막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은게 아닐까. 알 수 없기에 더욱 흥미롭고 아름다울 수 있는 삶.
그 가운데 우리가 만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