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늘상 아쉬움이 담고 또 묻어나는 법이다.’
바뀐 것이 거의 없는 교정을 터벅터벅 걷노라면, 하나 둘 더는 보이지 않는 얼굴들이 떠오른다.
떠난 자와 남는자.
2월이 되어 검정색 가운을 입고 떠난 자와, 그 모습을 쓸쓸하게 축하해주는 남는자.
“너, 미쳤냐?”
봄이 오면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5월이 오면, 도서관의 수 많은 책들, 그 속에 묻혀 무언가를 읽어내려가는 사람들, 수도 없이 오르내렸던 건물의 계단, 우리가 늘 웃어제끼고 왁자지껄하던 커피자판기 앞, 작은 꿈을 몰래 키워가던 조그맣던 독서실, 추위에 떨며, 더위에 질식해하며 기다리던 버스정류장, 아침이면 쓰레기 치우시며 잔소리하시던 아주머니, 그리고, 남아있는 친구들, 그리고 후배들의 모습들. 이 모든 기억들을 사진에 담에서 갖고 싶다던 넋두리같은 나의 말에 남아있는 친구가 그랬다. 미쳤냐고.
초등학교 때부터 방학을 무척이나 싫어하던 나였다. 방학은 매일 같이 마주하던 사람들, 장소, 물건들을 아주 잠시지만 그 습관같은 패턴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무던히도 싫어하던 나였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모든 학교 생활은 언제나 쓸쓸한 그리움으로 남았다. 더욱이 대학생활. 95년. 갓 스무살때 입학하던 그 마음. 이제 2004년. 내년이면 갓 서른살때 졸업하게 될 그 마음.
그래서, 두렵고 쓸쓸한 마음 보다는 더 많이 기억하고 싶은, 더 많이 남기고 싶은 갓 스무살의 3월의 마음으로 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