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나는 가족에 대한 환상과 이상을 동시에 갖고 살고 있다.
갖지 않았기 때문에 느끼는 부족함을 언젠가, 어디선가 메우기 위해서
나는 오히려 다른 누구보다 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에게 상처받기 싫어하는 그런 미숙아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힘겹고, 아름답고, 즐겁고, 따뜻한 모습을 보면 혼자서만 감추어 두었던 그런 가족에
대한 환상이 슬그머니 기어나온다. 이제 갓 4살된 가을이의 재롱을, 투정을
보면서 잠시 기억해 내었다
‘딸이 좋아…’
또, 가을이를 업고 있는 형수님을 보면서, 원인 모를 쓸쓸함이 묻어나와 버렸다.
가족을 이루고, 유지하기 위해서 희생되어야 하는 많은 것들은 늘 뒤에
가려지고,소소한 것에도 행복해 하고, 마음 상할 수 있다는
너무나도 작은 진리들을 우리는 늘상 잊어버리고 산다. 이렇게 해 주어야지, 이렇게 살아야지 다짐했던 부분들은 서둘러 가야만 하는 긴 마라톤 트랙에 선 주자들처럼, 주변이 아닌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길에서 하나 둘 땀방울처럼 흘려버리게 되는.
나 역시도 슬슬 내가 이루지 못할 꿈과 이뤄서는 안되는 꿈과 또 이룰 수 있는 꿈과 이룰만 한 꿈들을 분류할 줄 알게되었다.힘겨운, 아름다운, 하지만
이뤄야만 하는 가족에 대한 부분은 이룰 수 있는 꿈과 이룰만 한 꿈이 아닐 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