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되려 합니다.
오르고 또 오르면 닳아 없어지는 얕은 언덕이 아닌, 수 천명이 수 만 번을 걷고 뛰고, 비벼대도 변함없이 가슴을 울리고, 마음을 쉬게 하며, 주고 또 주고, 다시 주는 그런 산이 되려 합니다. 얕은 바람에도 일렁이는 망망한 바다가 아닌, 거센 폭풍에도 매서운 추위에도, 사람 하나 없어도 외로운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흔들리지 않는 진중한 산이 되려 합니다. 수천 명의 기억속에서, 이름으로만 기억되고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면 잊혀지는 그런 사람 보다는, 고작 수 명의 가슴속에서, 감동으로 기억되고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면 더욱 그리워지는 그런 사람이.
이제 그만 눈을 뜨려 합니다.
혹여나, 마흔이 되고, 예순이 되어서 고작 서른 살의 다짐 따위야 세월이 지나면 다 잊혀지는 법이라는 한 두 발 앞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누군가의 걱정스러운 눈빛에도 궁색한 변명이 아닌, 나를 염려하는 더 큰 나를 바라봐 주고 있는 마음의 눈을 흐뭇한 미소로 거두려 합니다. 사람 오고 가는 고작 백 년도 안되는 시간에, 누굴 미워하고, 누굴 원망하며, 또 누굴 탓하며 살아가려 하지 않으렵니다. 조금 더 웃어주고, 토닥거려 주며, 또 숨김 없이 아픔을 드려내도 좋을 벗에게 그 마음 잠시 꺼내어 안아달라고 쓸쓸하게도 웃어 보렵니다.
열을 잃어도, 하나를 따뜻하게 건네지 못했음에 미안해 하고,
하나를 얻어도, 열을 버리지 못했음에 안타까워하고.
내일의 할 일 보다, 살아 있는 동안에 해야 할 것들을 계획하고 다짐하고, 남아 있는 ‘우리’의 날을 그렇게 숨쉬려 합니다.
시작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