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술자리. 한 녀석은 벌써 아기 아빠. 한 녀석은 누군가의 남편. 우리만은 세월이 비켜가 줄 것만 같았던 고등학교 친구들. 회사 이야기, 와이프 이야기, 아이 이야기, 집값, 부동산, 주식, 재테크 이야기. 우리가 변했다기 보다는 우리의 주변 상황들이 점차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함께 변하게 만드는 지금.

“이젠 정말 어릴 때부터 학원을 안 보낼 수가 없다니까. 다른 애들이 다 가는데, 안 보낼 수 있냐?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보내야지.”
“우리가 포기하고 있는건 없는거냐? 누구나 다 하는 것이면 옳은거냐. 우린 이제 무언가를 바꿔볼 수 있는 나이가 아닌게냐?”

괜한 투정이었다. 괜한 트집이었다. 우리들 중 누군가는 삐딱해야 할 것만 같아서. 아무래도 그 삐딱한 자리는 내가 차지하고 앉는게 맞을 것 같아서 난 투정을 부렸다.

“야. 너 학교 다닐 때 운동하지 않았냐?”
“이놈 빨갱이었잖아, 빨갱이”
“그래. 결국 그런 너도 삼성엘 들어가서 삼성맨이 되었구나..”

그저 아주 조금씩만이다. 난 진보가 아니다. 난 그저 두려워하고 비겁해하는 겁쟁이일 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이 가겠다고 마음 먹지는 않았다. 아주 오래전에 현실이 꿈이나 이상을 눌러버렸지만, 그래도 이상을 꿈꾸었던 그런 때처럼 조금만이라도 남겨두고 간직해보고 싶다. 서른이 넘으니까 오히려 난 더 유치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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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지나 현실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술자리. 한 녀석은 벌써 아기 아빠. 한 녀석은 누군가의 남편. 우리만은 세월이 비켜가 줄 것만 같았던 고등학교 친구들. 회사 이야기, 와이프 이야기, 아이 이야기, 집값, 부동산, 주식, 재테크 이야기. 우리가 변했다기 보다는 우리의 주변 상황들이 점차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함께 변하게 만드는 지금. “이젠 정말 어릴 때부터 학원을 안 보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