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면, 또는 서점엘 가면 자주 손에 잡히는 책이 있다. 이상하게도 언젠가 와서도 그 책을 손에 집었는데, 다시 왔을 때에도 그 책을 집어든다. 물론, 결국은 빌리거나 사거나를 하지 않고 다시 그 자리에 놓아둔다. 아껴두었다거나, 읽기가 싫다거나 혹은 다른 이유에서 그 책을 내 소유로 만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저 남겨두고 그렇게 그 속에 간직한 무엇인가를 조바심을 내며 궁금해하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이유에서이다.
이 영화가 내게 그랬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 열번은 족히 이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극장에서, 비디오로, 인터넷VOD로, 다운받은 CD로. 하지만, 결국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 이야기속에 들어와버렸다. 누구에게나 유치하지만, 또 그 누군가에게는 아픈 말. 영원한 사랑. 그리고 농담처럼 우리가 주고 받았던, 약속처럼 했던 말. 다음에 꼭 다시 만나..
우리는 정말 그 기억을 얼마나 오래 간직할 수 있을까. 내 앞에 나타난 그 사람을 다시 기억해 낼 수 있을까. 설령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 내 이름 석자를 빼고는 모든 것들이 송두리채 변해버린 그런 세월속에서도.
‘안가고 있어줘서 고마워…’
‘다시 돌아와줘서 고마워…’
빗속에서 오가던 솔직한 마음들. 더는 버릴 것이 없는 마음들. 작은 여관방에서 우리가 가진 욕심과 옅은 믿음, 바로 그 만큼만 떨어져 있는 연인들. 그리고 자꾸만 떠오르는 잊을 수 없는 사랑을 위한 기억들. 비록, 이제야, 지금에서야, 수년이 지난 후에서야 돌아온, 아무도 믿어주지도, 믿을 수도 없는 기억이지만, 돌려보낼 수 없는 기억. 사랑에 대한 기억.
깊은 바닥 끝까지 떨어지고나서야 다시 위로 솟구처 오르는, 결국 바닥이 곧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나만이 아니라, 우리만이 기억하고 기다렸던 기억들. 사랑에 대한 기억들.
이 영화를 따라 함께 오는 기억들… 사랑을 위한 기억들… 이제 다시 집어들고서 망설일 필요가 없게 되었다. 소유한다는 것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안심시켜주는 것인가. 아니면, 기대하고, 호기심을 갖던 그 마음이 사라졌기 때문에 욕심도 함께 없어진 것인가. 나는 또 소유하고픈 것을 언젠가 다시 느끼고, 집착을 부리고, 미련을 품으며 안타까워할테지. 여전히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있고, 기억하고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