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런게 축제인가?

4년전 월드컵은 분명 축제였다.

개최국의 이점을 안고서 출발하였지만, ‘붉은악마’를 응원의 대명사로 만들어 놓았고, 히딩크를 영웅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어느 거리에서나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룰 때마다 옆에 앉아 있던 생면부지의 사람은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었고, 술잔을 함께 부딪히고,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며 얼싸 안기도 하였다. 그게 운이었든지, 실력이었든지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 더 이상은 월드컵의 변방이 아님을 알려주었고, 축제를 너무나도 흥겹게 즐기는 Korean을 누구나 기억해 주었다.

 

하지만, 2006년도 월드컵은 2002년도의 그것과 너무나 다르다.

TV CF는 10개 중 7~8개가 월드컵 관련 CF이고, 무조건적인 승리를 누구나 거리낌없이 외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응원의 대명사인 ‘붉은악마’는 거대 공룡들 틈에서 어이없는 몸싸움을 하기도 하였고, KTF와 SKT로 양분되는 도무지 쓰잘데기 없는 두개의 응원곡을 만들어 내었으며, 또한 수십명, 수십곡의 월드컵쏭을 만들어 내었다. 아직 더 있다. 대부분 자발적인 응원의 규모와 모습은 쫘악 차려진 차림표처럼 가수와 공연, 방송들로 ‘알아서’ 하던 응원은 앉아서 손뼉치고, 사회자가 외치는대로 대한민국을 따라 외치고 있었다.

 

젠장. 더 있다.

2002년 당시 나름 상당히 쇼킹한 응원 패션을 몰고 왔던 미나는 월드컵 가수로 명성(?)을 드날렸고, 이제 2006년도에는 엘프녀가 뜨고 있다. 버스, 자동차에 올라서서 ‘영웅’적인 모습을 만들어 내고, 뭇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성행위 장면을 묘사하고, 방송 3사와 케이블TV, 라디오, 신문, 잡지, 모든 매체는 월드컵에 상당한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여 월드컵에 사람들을 목 메게 만들고 있고, 그런 ‘강제적인 축제’를 종용하듯, 그래서 월드컵 보다 더욱 중요한 사안들을 돌아보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이게 축제인가? 이런게 축제인가? 우리는 왜 16강에 미쳐있는가? 정말 스포츠이기 때문에 승부를 즐기려는 마음만으로 우리는 이 축제를 즐기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일부의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눈살을 찌뿌리는 그런 사람들과 장면들을 목격하면 목격할수록 자꾸만 월드컵, 대한민국, 태극전사, 붉은색들이 싫어진다. 축제를 즐기는 열정보다는 수능시험을 막 마친 수험생처럼 탈출하고 싶은 사람들의 광기만 보인다. 오바인가?

FTA가 어쩌구, 정치가 어쩌구, 경제가 어쩌구가 아니다. 2002년도에 그랬던 것 처럼 흥분과 열정으로 가득찬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투혼’을 발휘하는 선수들의 열정과 땀을 보며 감동하고, 열광할 수 있는 월드컵. 아들, 딸 손 붙잡고, 마음 놓고 옆의 동생, 누나, 형들과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월드컵. 내가 즐기는 축제로 남이 불쾌해 하거나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월드컵. 이런 축제로 즐기는 월드컵이 되면 안되는건가? 뎅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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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월드컵은 분명 축제였다. 개최국의 이점을 안고서 출발하였지만, ‘붉은악마’를 응원의 대명사로 만들어 놓았고, 히딩크를 영웅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어느 거리에서나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룰 때마다 옆에 앉아 있던 생면부지의 사람은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었고, 술잔을 함께 부딪히고,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며 얼싸 안기도 하였다. 그게 운이었든지, 실력이었든지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 더 이상은 월드컵의 변방이 아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