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정권 말기에서부터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다루는 한강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학교 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으며, 화내며, 감동받으며 읽었던 아픈 우리 민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들춰보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동안 감동이 없었던 탓일까.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해야겠기에 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하기 때문일까. 다시 한강을 읽으며, 어려울 때마다 힘을 내고 ‘민족’으로 뭉쳤던 대한민국 사람이 아닌, 내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떠올리고 있다. 언제나 그 이야기들은 내 부모, 내 친척, 내 주변의 ‘어른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어쩌면 더 쉽게 기억하지 못하는, 어쩌면 더 먼 이야기처럼만 느껴짐을 이제 30대가 되고서야 그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은 아닐지. 이념 때문에 생면부지의 대학생을 총으로 쏴 죽이고, ‘고작’ 하루 세끼 밥 때문에 누군가를 죽이고, ‘나’와 같은 ‘~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죽이고. 책에서 눈을 떼고 둘러본 지금 세상은, 책 속의 세상과 완벽하게 다른 세상이된다. 한강의 기적은 벌써 오래전 이야기가 되었고, 월드컵과 휴대폰 세대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얻은 자유와 행복의 권리들을 마음껏 누리고, 이 땅에서 그러한 일들이 있었는지, 그래서 지금 현재 우리가 얼마나 ‘인간답게’ 살고 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괜히 서운하다. (퇴근 길, 팔 하나 움직이기도 어려운 미치도록 붐비는 지하철에서, 그 좁은 공간에서 DMB로 오락프로 보면서 옆에서, 뒤에서 누가 민다고 짜증내는 어린 학생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