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펌에 대한 심심한 논쟁

일단, 불펌이라는 말을 혹시나 해서 척척박사 지식iN님에게 여쭈어보니, 친절하게도 ‘국어사전’ 항목에 버젓이(?) 등재되어 있었다. (이 부분이 요지는 아니지만..ㅡㅡ^)

PC가 보급되고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이 생겨나면서 우리는 엄청난 정보의 양에 대해 염려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러한 정보를 선별하는 과정에 있어서 정보를 담아야 하는 ‘그릇’에 대한 요구들이 자연스럽게 발생하였다. ‘공간’과 ‘매체’는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었고, 천리안, 하이텔 등의 PC통신과 같은 소수의 사용자 집단에서 이제, 2007년 현재에는 경이롭기까지 한 대용량의 그릇(인터넷의 세계로)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대다수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자에게는 자신이 취사 선택한 ‘정보’의 저장이 가장 큰 이슈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웹사이트 어디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하게 발견한 ‘좋은’ 게시물 또는 정보를 자신만의 그릇(각종 워드프로세서 파일들, 미니홈피, 블로그,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 이메일 등등)에 담아서 향후에 자신이 필요로 할 때 정보로써 재 활용되기를 원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게시물 혹은 그 정보의 출처가 불분명하기도 한 형태가 다수 존재했었고, 해당 정보가 이렇다 할 ‘가치’를 공공연히 인정받기는 쉽지 않았지만, 정보의 확산과 정보의 질적인 수준은 ‘퍼나르는’ 정도의 따라 그 가치가 인정되기도 하였다.

올블로그에서도 이러한 불펌에 대한 논쟁은 끊이질 않고 있음에도 저작권에 대한 이슈가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에게는 여전히 무의식적인 ‘정보담기’의 행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네이버 블로그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와 같이, 원천 정보는 끊임없이 복사되어 다른 그릇으로 이동되고, 기획자가 의도했던 스크랩 또는 퍼가기의 기능을 거치지 않고, 한 번, 두 번 복사, 붙여넣기와 같은 스크랩이 발생되면 원작자를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잠깐 본인의 블로그의 리퍼러 기록을 살펴보면, 네이버가 자사의 검색엔진의 검색 범위를 확대한 이후, 네이버 검색결과를 통해 접근한 수치는 압도적으로 상위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earch.naver.com, cafe.naver.com, cafeblog.search.naver.com, web.search.naver.com 등의 유입검색어를 통해 상당히 많은 사용자들이 네이버의 검색을 통해 해당 검색어와 연관된 포스트로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리퍼러 기록을 뒤져보다가 보면, 꽤 많은 수의 네이버 블로거들 또는 여타의 블로그 서비스, 게시판 등의 사용자들이 해당 포스트를 별도의 저작자 표기 없이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가 리퍼러 목록에서 종종 목격된다. 이러한 리퍼러를 확인한 나의 반응은 사실 딱 두가지다. 하나는 해당 포스트가 ‘괜찮은’ 포스트로 사용자들에게 ‘정보’로 인지되어 자연적인 퍼나르기의 형태가 되고 있구나.. 하는 단순한 생각과, 다른 하나는 기왕이면 출처도 남겨주지.. 하는 서운한 생각으로 머물기도 한다.

이러한 불펌을 단순히 네티켓 혹은 작성자의 ‘배려’로만 제한할 것인가, 아니면 저작권을 들먹여서 제작자인 나의 권익을 요구해야할 것인가 하는 쓸데있는(?)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자칫 난’ 유명 블로거가 아니니까’, 또는 ‘알아서 출처 밝혀주겠지’와 같은 생각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이는 저작권에 대한 법률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내’가 작성한 게시물(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이 타인의 ‘그릇’에 고스란히 담겨, 엉뚱한 사람이 제작한 제작물로 둔갑되면 나의 포스트는 그저 ‘공유’의 목적에만 포커싱이 되어버린다. 제작자는 뒤에 숨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저 정보의 공유와 확산이라는 측면에만 포커싱을 한다면, 또 다른 이야기로 전환될 부분이지만, 이러한 불펌을 적어도 이제는 ‘당연한’ 또는 ‘자연스러운’ 행태로 인식되고 있는 부분을 바꿔야할 시기인 듯 하다. 그래서, 태터툴즈의 블로그 콜백 기능이나, 서명덕님의 ‘네이버 불펌 블로그, 검색서 제외’ 포스트나 ‘불펌族, 나는 당신이 간 길을 알고 있다’와 같은 기사는 분명 그러한 이슈들에 대해서 점차적으로 개선되어 제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기본적인 네티켓의 차원을 넘어서서 제도화하고, 기술적 장치를 마련하려고 노력하는 부분들로 선회되고 있음에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또한, 김중태님의 ‘웹엔트로피 줄이기’와 같은 기본적인 마인드의 재무장 역시 필요한 부분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불펌에 대한 문화는 그저 한국인의 잘못된 인터넷 습관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이제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왔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기술적인 부분과 더불어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해 주는 사고방식이 정착되어 비단, 블로거들의 권익 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창조하고 있는 다른 분야의 많은 제작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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