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문화와 자유로움의 문화로 알려진 홍대를 다니다 보면, 스타일이 상당히 특이한 10대와 20대 친구들이 많다. 이미 또래를 경험하였음에도 그들의 자유분방한 문화가 때로는 껄끄러움으로 비춰지기도 하는건 비단 나이 앞에 ‘3’이라는 숫자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이 누리는 ‘자유’와 ‘문화’가 내가 겪어왔던 그것과 다르기 때문에 쉽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나아가 그들의 문화에 동화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20대 초반, 처음 홍대 라이브 클럽을 찾았을 때에 느꼈던 충격은 그 자리가 홍대라는 문화 코드 때문이 아니라, 소위 ‘막나가는’ 아이들의 문화라고 치부해 버렸던 이유가 있었다. 그들 나름의 음악을 즐기는 방법이었을 뿐인데, 그곳에서 함께 두 발을 대고 서 있던 나였음에도 다는 그들 속에서 ‘다름’을 느꼈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그럴 수 있는 ‘자유’와 ‘권리’ 어쩌면 ‘젊음’일지도 모르는 문화를 나는 왜 누리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다. 그런 아쉬움 때문에 무언극 ‘비보이(B-Boy)와 발레리나(Ballerina)’는 내겐 오히려 꼭 보고 싶은 공연이었음에도 선뜻 공연장을 찾기가 쉽지 않은 그런 공연이었다.
이미 공연을 접한 분들이 굉장히 많으리라 생각되지만, 공연을 즐기는 동안 연신 외쳤던 단어는 분명 ‘우와~’라는 감탄사였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를 더하면, 극중에서 발레와 브레이크 댄스로 구분되어진 ‘춤’이라는 표현의 도구가 대중의 인지도와 상황 그리고, 향유하는 그룹의 문화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발레는 굉장히 대중적인 춤 또는 공연이 아니다. 발레를 향유하는 문화의 계층은 소위 ‘있는 집’에서나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지독하게 특정 그룹에게만 편중된 ‘소외된’ 문화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발레에 대한 상식 정도는 고작해야 발레슈즈, 백조의 호수 정도가 아닐까. 감동적인 성장 영화인 ‘Billy Elliot’에서 보여준 남성 발레리나와 같은 정도가 아닐까? (좋아하는 영화 중에 손꼽는 ‘Billy Elliot’와 같은 경우에서는 주인공의 ‘천재성’에 기인한 성장영화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영화속 주인공이 ‘개천에서 용’이 되긴 했지만, 사실 그가 되고자 했던 To-Be 모델은 결국 그러한 특정 문화를 향유하는 집단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열망을 보여주는 전기영화이기도 하지 않나? -_-;;)
물론, B보이 문화 역시 그동안은 소외된 문화로 머물러 있었다. 아직 ‘철이 덜 든’ 10대들의 무서운 문화로 인식되어 있었고, 아름답고, 고상한 느낌을 전달해 주는 방법의 춤이 아니라, 시끄럽고 제멋대로이며, 불량해 보이기까지 하는 브레이크 댄스 등은 어른들에게서 ‘소외된’ 문화였다. 실제로 B-Boy로 명명되기 이전까지도 그들의 그룹과 문화를 지칭할만한 이름도 없었고, 오히려 TV 연예인을 쫒아 혹은 그들의 무대에서 함께 춤을 추는 ‘백댄서’를 꿈꾸는 아이들 정도로 인식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이 극을 ‘소외된 문화’에서 ‘대중성을 띈 문화’로 만들어낸 부분에 커다란 가치를 두고 싶다. 고작 1시간 30분의 짧은 무언극 하나일 뿐일 수 있지만, 춤에 대한 두가지의 장르를 대중성이라는 수면위로 끌어올려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미 몇해 전 부터 B-Boy를 대표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 될 정도로 숱한 경연대회에서 B-Boy들이 상을 휩쓸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B-Boy가 전 세계의 B-Boy 교과서가 될 만큼 인상적인 역할들을 국내 팀들이 해내왔던 점들 또한 이러한 연극이 태어나기까지의 좋은 자리매김을 해 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래서, 현재 이 공연을 상영하고 있는 B-Boy 전용극장까지 홍대에 생기게 된게 아닐까.
사실, 어떤 방법이 더 문화적인 가치가 높고, 낮음을 비교하여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즐기는 문화의 ‘다름’을 인정하는 방향이 맞는 방향이라고 여긴다. ‘발레니까’ 혹은 ‘길거리 문화니까’라는 발상이 아니라, 이렇게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이 있구나로 다가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젊음’에 대한 문화적 접근 혹은 집중이 잠시 잠깐의 ‘거품’으로 남아서 금방 잊혀지지 않도록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지금 30대즈음의 그래도 ‘젊은’ 우리가 자주 해야할 일이 아닐까 한다.
덧붙여서. 신나는 음악과 시각적인 즐거움 그리고, 잘 짜여진 웃음을 기대한다면 꼭 한번 즐겨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