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에서의 즐거운 유재석, 프로젝트에서의 훌륭한 기획자
월간웹 11월호 Planner Columm
‘무한도전’ 참 재미있다. 의도되었든, 그렇지 않든 간에, 6명의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벌이는 ‘쇼’는 그들의 어이없고 유치함에 우리를 웃기고, 즐겁게 만들어 준다. 특히 ‘무한도전’은 유재석이 갖고 있는 캐릭터만이 빛을 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다른 5명의 특징적인 캐릭터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고, 살리고 있는 캐릭터가 바로 ‘무한도전’에서의 유재석이 아닐까? 프로젝트에 있어서 기획자의 역할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무한도전’에서의 즐거운 유재석처럼, 클라이언트(Client)와 멤버들이 느끼고 있는 프로젝트에서의 훌륭한 기획자는 이러한 소양 혹은 자질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하나.
프로젝트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의사결정과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리더십이 기획자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소양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Z라는 프로젝트를 A대리가 진행하느냐, B팀장이 진행하느냐는 단순히 연차와 직급에 근거한 분류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물론 연차와 직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내공’의 기운을 동반한다 하더라도 이는 분명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힘’에 더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누가 더 동료를 귀찮게 하느냐, 누가 더 동료와 부대끼느냐, 누가 더 내버려두느냐의 차이로 프로젝트의 성패가 갈림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항상 타협이 아닌 조율이 필요한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둘.
기획자에게 있어서 그 ‘무언가를, 그리고 누군가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힘’의 가장 근원은 다름 아닌 ‘문서 작성’이다. ‘하루라도 ppt 문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라는 우스개 소리는 현재까지 자신이 만들어 낸 무수한 기획서, 보고서, 플로우 챠트(Flow Chart), 화면구성안과 같은 페이퍼의 양이 그리고, 그 자연스러운 습관이 기획자를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한 논리로만 따지면, 최종 결과물만을 구현해야 하는 디자이너와 개발자와 달리, 기획자는 그 둘의 결과물을 끄집어 낼 때까지 필요한 숱한 ppt와 xls, txt 등의 확장자들과 함께 뒹굴고, 큰소리 치고, 기운 넣어주고, 같이 저장해야 한다. 그 데이터들은 결국,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히스토리를 저장하고, DB화 했기 때문에 결국 자신만의 힘의 원천으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황에 따른 판단을 위의 데이터들을 근거로 하여, 동료들의 결과물을 이끌어 내는데 큰 영향력을 갖게 해 주는 ‘기획자의 힘’은 다름 아닌 문서 작성이다.
셋.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분명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중에 한 사람이라면, 기획자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되어야 함이 옳다. 융통성과 합리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한 순간 순간의 의사결정이야말로 기획자가 뿜어내는, 가지고 있어야 기본적인 역량이다. 그러한 ‘올바른’ 결정들을 내리기 위해서 또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를 발산하기 위해서 여러 분야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특히나 웹에이젼시와 같이 다양한 클라이언트들과 협업을 하는 경우에는 해당 분야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으면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있어서, 오히려 기초 학습을 위한 시간이 더 많이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S기업의 문화와 특징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데 어떻게 S기업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S기업의 브랜드에 대한 마이크로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을까? 시시각각 흐르는 정치, 경제에 대한 지식도, 늘 가까이에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음악, 영화, 공연 등의 문화들도, 나날이 새로워지는 IT분야와 과학기술 분야에도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 않으면 좋은 아니, 훌륭한 기획자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기획자는 명함에 적힌 기획자라는 이름을 얻는 그 순간부터 360도 전방위 프로젝트 관리 모드에 돌입해야 한다. 그것이 단순한 열정만으로가 아니라 머리, 팔, 다리, 어깨, 등 멜 수 있는 곳이라면 모든 곳에 자신이 경험하고 긁어 모은 이론과 지식 그리고 트랜드를 무장하고서 말이다.
‘진흙속에 진주’라는 말이 있다. 기획자는 늘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역량을 120%, 150% 때론 200%까지 끌어 올려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아직 진흙속에서 허우적대거나 혹은 자신이 진주임을 모르는 동료들을 위해서 그 아름다움이 발해질 때까지 같이 닦아주고 닦아주고 한번 더 닦아주어야 한다. 그러면, 분명 언젠가부터 조직에서, 그리고 업계에서 진주를 만들어내는 손이 되어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