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분간의 짜릿한 긴장감, 클로버필드 ; Clover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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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서 보고싶었던 영화 클로버필드(Cloverfield). 개봉한지 벌써 2주가 지나고, 숱한 스포일러, 리뷰들 그리고, 환호와 야유가 휩쓸고간 뒤여서 그랬음에도 오히려, 여전히 그 속내가 참으로 궁금했던 영화였다. 특히나 최근 미드계의 떡밥의 화신 <로스트>의 각본을 담당한 J.J.에이브람스가 제작을 맡았기 때문에 필히 극장에 앉아서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당위성을 부추기고 있었다. (※ 스포일러 다량 포함)

미합중국 국방부 극비자료, 사건명 ‘클로버필드’
이 영상은 “센트럴파크”라 불리던 US447 구역에서 발견된 캠코더 화면이다.

MULTIPLE SIGHTINGS OF CASE DESIGNATE “CLOVERFILED” CAMERA RETRIEVED AT INCIDENT SITE U.S.447 AREA FORMERLY KNOWN AS “CENTERAL PARK”

영화는 위의 3줄 자막이 뜬 뒤, 일본으로 떠나는 롭을 위한 맨하탄의 파티장소에서부터 시작된다. 시작부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1인칭 시점으로 캠코더를 들고 있는 사람이 보고 있는 시점으로만 전개된다. 그래서 홈 비디오를 찍은 것과 같이 산만하게 흔들리고, 걷고, 달리고, 넘어지고, zoom in과 zoom out 뒤범벅이어서 또렷한 형상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주어지는 정보 역시 그가 보고 있는 카메라 앵글과 주변의 사운드들 뿐. 그 외에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영화상에서는 전무(全無)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자, 85분간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단일 앵글로 한정되는 최소한의 제한된 시각적인 정보에 있다고 보여진다. 마치 <로스트>에서 왜 그들이 그 섬에 떨어졌는지, 그 섬은 어디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아주 얇은 조각들로만 떨구던 것 처럼말이다.

이미 <로스트>를 통해서 미드계의 떡밥의 화신으로 등장한 J.J.에이브람스는 치밀한 구성과 놀라운 상상력으로 헐리웃에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 영화가 관객들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이 영화에서 감독이 의도한 것은 조금 다르다. 무서우면서 동시에 실제 같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안된다. 내가 좋아하는 <에일리언>이나 <죠스> 같은 걸작들은 모두 비현실적이지만 공포스럽다. <클로버필드> 같은 작품 역시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공포를 자극하고 소리지르게 만들지만, 관객들은 안전하며 유머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초반부만 보면 괴물이 등장하지 않을 것 같은 영화로 비쳐지는데?

어느 날 파티에 간 남자가 오랫동안 사랑하던 여자와 싸운 뒤 이별을 결심하게 된다는 초반부는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영화와 비슷하다. 그러다가 맨해튼 바다 한복판에 우연히 괴물이 나타나게 된다. 마치 초콜릿과 땅콩 버터를 섞은 것 같은 강력한 조합이다. 괴물 따위는 안 나올 것 같은 영화에 갑자기 괴물을 등장시킨 것이다. 괴물과 전혀 상관없는 스토리와 괴물을 연결시켜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어낸 셈이다.

괴물을 소재로 해서 그런지 몰라도 영화가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거대한 괴물이 내가 사는 도시를 습격한다는 영화를 보는 것은 다른 세계의 일이지만 그 공포를 느낄 수는 있다. 사람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을 통해 공포심을 느끼지만 동시에 재미있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그 이면에는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공포심이 내재돼 있다. 그것이 바로 내가 택한 접근방식이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것은 현실과 상관없는 영화이다. 그런 영화라면 언제든지 기꺼이 보고 싶지만, 테러리즘이나 전쟁에 대한 영화는 보고 싶지 않다. 난 비현실적인 영화를 좋아하고, <클로버필드>는 바로 그런 작품이다.

※ 맥스무비 인터뷰 http://www.maxmovie.com/movie_info/news_read.asp?idx=MI0069850565

비약적이기는 하지만, <클로버필드>를 이어주는 가장 큰 키워드는 ‘몰입되는 공포’로 이해될 수 있다. 일련의 괴수영화나 재난영화가 주는 공포는 이미 우리가 한 두 발짝 떨어져 있는 ‘제 3자로써의 공포’가 주를 이룬다. 주인공은 다른 개체나 환경에 의해 위협을 받게 되고, 그 위협을 따라서 수동적으로 이동하며, 위협 상황들을 우리(관객)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위협은 우리가 뉴스를 보는 것과 같은 동일한 시각의 연장선상에 있다. 친절한 감독과 배려심 깊은 카메라 감독은 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상태를 시시각각 보여주며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라고 차근차근 일러준다.

하지만, <클로버필드>는 그러한 부가적이며 관객에게는 어쩌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어야 하는 이 재난의 이유와 당위성을 전혀 설명해 주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이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왜 괴물이 생겨난건데?’,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등의 궁금증과 더불어서 말이다. 심지어는 괴물이 죽었는지, 맨하튼이 쑥대밭이 되었는지 조차도 관객들은 아리송한 느낌을 갖으며 극장을 나설 수 밖에 없다.

<로스트>와 같은 여러 시즌이 예상되는 드라마의 경우에는 수 많은 떡밥들을 풀어갈 최소한의 시간적인 여유와 치밀한 구성들이 준비될 수 있을 수도 있겠으나, 사실 85분동안 과연 얼마나 많은 이유와 당위성들을 늘어놓고 관객들에게 설명을 해 주어야 할까 하는 고민을 제작자들이 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부분들이 사람들에게 <클로버필드>에 열광하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fact들을 보여주지 않고, clue들만 나열하여 그와 관련된 아주 다양한 상상력과 구성들을 감독이나 제작자가 주는대로 받지 않고 제2의, 제3의 clue들을 생산해 내는 즐거움들 말이다.

실제로 <클로버필드>의 궁금증 증폭용으로 만든 공식 홈페이지외 또다른 홈페이지 1-18-18 사이트는 그러한 상상력들을 한껏 자극하게 해 주는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운드 켜 둔 상태로 이 사이트를 열어두고 있으면 괴물의 울음소리가 간간히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_-;;)

이 사이트에 향후에 추가적인 정보가 올라오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벌써 속편에 대한 이야기가 논의중이라고는 하나 연결되는 속편이라기 보다는 다른 시각에서 본 ‘괴물의 맨허튼 침공’의 뉘앙스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 이러한 clue들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 위의 사이트에 첨부된 사진에 대한 다양한 단서들이 Cloverfield adn Lost 블로그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군요! ^^ http://cloverfield.tistory.com/13)

<클로버필드>는 분명 이야기꺼리가 많은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미군과 소외계층에 대한 복선이 깔려있는 <괴물>, 애국주의와 인간승리로 회자되었던 <D-War>와 같이 근본적인 소재는 괴수, 괴물이지만, <클로버필드는> 85분짜리 영화에로서만 끝나지 않는다.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의 상상력을 끄집어 내는 이 영화의 짜릿한 긴장감과 흥미로운 이야기꺼리들에 동참해 보는 즐거움을 맛보시길. 보는 것이 믿는 것! 다만 더 많은 것들을 상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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