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데이즈를 볼 당시에 부품 꿈을 안고 가서 봤드랬다. 아주 단순한 소망이었다. ‘재미 있었으면…’ 결과는 참담하게도 지루했고, 칭찬해 줄 꺼리가 없었다. 2003년 당시 100억원을 육박하고, 6년이라는 긴 인고와 산고를 거치고 나온 국산(!) 애니메이션의 기대작은 그렇게 여지없이 나의 지탄을 받았다. 물론 비교의 대상 자체가 어려운 부분이지만, 평론가가 아닌 그저 영화는 보는 사람이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느끼는 사람 중의 하나이지만, 그래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은 원더풀 데이즈 처럼 참 재미’없는’ 영화다. 이건 뭐 오마주도 아닌 것이, 패러디도 아닌 것이, 억지스런 이야기에 고개가 갸우뚱할 지경이다. 혹평에 반기를 들 사람들이 많겠으나, 어쩌겠는가. 결국 영화의 가장 큰 메리트는 재미인 것을. 그저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액션과 즐거운 웃음이면 족하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서운하다. 칸에서 기립 박수를 받고, 한겨레 기자(자료를 못 찾았으나, 찾게 되면 링크는 추후에..쿨럭)의 열렬한 지지까지 받았던,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 만땅이었던 놈놈놈은 그래도 60% 서운하다. 물론, 멋드러진 장면들이 있긴 하다. 정우성이 한 손으로 장총을 휘날리며 돌려제끼는 장면은 주옥같은 장면이기는 하다.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그게 전부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 아닐까.
김치 웨스턴은 그저 in Korea 에서만 먹히는 전략과 키워드일 뿐이다. 딱히 석양의 건맨2-석양의 무법자의 오마주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로운 웨스턴 무비의 장르를 개척한 것도 아니고, 메시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김지훈 감독이 이야기한 것 처럼, 그저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가 나오는 어느정도의 이야기가 있고 간지가 살짝 나는 그 정도로 놈놈놈을 정의해야 하는 것일까. 뎅쟝… 그런거라면 킹왕짱 서운하다. 골때리는 내용이긴 하지만, 네이버 영화에 놈놈놈의 한 핏줄 영화를 볼까? 물론, 여기에는 방학이 임박하신 초딩 분들의 절대적인 평가가 숨어있긴 하나, 여튼 참 가관은 가관이다.
다시는 뭉치기 힘든 송강호, 정우성, 이병헌의 조우는 기대만큼의 시너지와 임팩트를 부여하지 못하고, 그저 ‘조우’로만 남는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아마 오래 남을 듯 하다. 마치 그날이 과연 올까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