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서태지가 새로운 소리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그야말로 ‘영웅의 귀환’이다. 그의 앨범을 사기 위해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그가 만들어 내는 작은 이벤트들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그를 위한 특집 프로그램이 편성되고. 여전히 그의 움직임은 이렇게 떠들썩하다.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는 과연 어떤 영웅으로 다시 돌아온걸까?
뒤늦게 그가 출연했던(?) TV 프로를 보면서 이상하게도 자꾸만 어제 보았던 다크 나이트(Dark Night)가 떠올랐다. 왜지? 그의 말투나 표정 등은 여전한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그의 나머지 것들은 편안하게 느껴졌다. 왜지?
다크 나이트를 보면서, 영웅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고된 날들의 연속일거라는 유치하지만 당연한 발상을 서태지를 보면서 또 다시 떠올렸다. 그는 음악 뿐만 아니라, 패션에도 그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냈고, 그의 움직임에는 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당시 10대와 20대를 이끄는 문화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받았던 그는 과연 얼마나 많은 책임감 또는 의무감을 느껴야 했을까?
쉴 틈 없이 달렸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삶, 5집, 6집, 그리고 7집까지. ‘만드는’ 일에 열중했던 그는 결코 박재된 영웅이 아님을 보여주어 왔다. 특히 6집 <울트라맨이야>의 뮤직 비디오에서 만났던 그의 모습은 ‘경악’과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하지만, 타이틀 곡 <모아이(MOAI)>을 들고 8집 앨범 활동을 시작하게 된 그는 어째서인지 TV속에서 유난히 편안한 모습처럼 보인다. 영웅으로 살기를 바랬던 많은 사람들의 바램을 그는 잊기로 한 것인지 오히려 6집 때 보여주었던 묵직한 사운드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눈 씻고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저 편안한 춤사위와 편안한 멜로디 그리고, 편안한 느낌의 그의 웃음들 뿐.
혹시, 이제서야 그는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삶을 살고 있는게 아닐까? 이제서야 말이다. 영웅으로 살아야했던 많은 시간들은 곧, 영웅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간으로써만 그가 숨을 쉬고 있었다면, 혹시 이제 그런 타인들의 기대치들과 부담감을 그는 여유롭고 즐겁게 벗어버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돌아갔을 땐 너는 맨발로 날 기다리겠지
무릎을 세우고 초조하게 있지는 마
이달이 질 무렵 돌아가니까
– MOAI 中
물론, 아직은 싱글앨범의 단 3곡만으로 그의 새 앨범을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겠으나, 지금까지의 변신과 변신 그리고, 변신을 해 왔었던 그를 되돌아 볼 때 분명 그가 갖는, 우리가 기대했던 혁명적인 영웅의 모습은 아닌 듯 보인다. 그래서, 더욱 그의 새로운 행보는 영웅의 모습 보다는 즐거운 음악을 하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즐겁게 오래 걸어갈 수 있는, 우리 가까이의 뮤지션으로 남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