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서의 예의

기본기와 예의에 대해서 짧게 글을 적기는 했지만, 참 매너 없는 사람 많다. 짜증의 수준을 넘어선다.

밤 11시가 가까워진 강남역 2호선 지하철 안은 몸 하나 꿈쩍이기 힘든 공간만 남는다. 그 좁은 공간에서 떡 하니 PMP에 들어있는 드라마 영상을 보시느라 팔을 쭈욱 펴시는 젊은 친구들. 그 팔 접으면 아까 못 탄 사람 1명은 더 탈텐데 말이다. 확대 해석이겠지만, 그가 결국은 우리 나라의 에너지를 갉아먹는거다. 그 친구 덕에 못탄 한 사람은 3분을 지하철 플랫폼에서 멍때리고, 그런 사람들이 한 둘이랴. 수십명의 사람들이 탓어야 할 지하철에 몸을 태우지 못한게다. 제발 주변을 좀 둘러봐라. 사람들이 좀 내려서 한산해지면 그때부터 드라마, 개그프로 신나게 봐도 되지 않겠냐?

그래도 위에 친구는 양반이다. 소리는 안들리니까. 그런데, 저쪽 한켠에서는 메탈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이건 뭐 뭔 노래 듣는지도 다 알겠다. 이어폰이 터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귀를 혹사시키려고 애 쓰는 것도 아니고. 참. 제발 살살 좀 들어라. 니 메탈 콘서트 조낸 시끄럽다.

또 있다. 술들을 거나하게 드셨는지 출입구 주변에 기대서 10년지기 친구와 즐거운 대화를 육두문자를 쓰시면서 즐겁게 통화하시는 분도 계신다. 근데, 왜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게냐. 어라? 신나게 떠들고 좀 기대서 자나 했더니만, 여자친구분과 통화를 방송하듯이 쩌렁쩌렁하게 하신다. 가진자의 여유인게냐. 제발 길바닥에서만 길게 통화해라. 여자친구 있는거 조낸 안부럽다.

세대가 바뀌면 늘 나오는 이야기는 윗 어른들의 과거로의 회귀다. ‘나 때는 안그랬는데 요즘 애들은…’으로 시작되는 문장은 내가 세대가 바뀌면서 내 입에서도 이젠 절로 나온다. 얼토당토 않게 구세대의 논리를 펴는게 아니다. 가벼운 세대들에 대한 지나친 개인주의가 걱정스러운거다. 게다가 이런 개인주의들이 너무나 쉽고 빠르게 보편화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더욱 걱정스러운 부분은 ‘나’라는 선배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 그 자체이다. 다굴이의 두려움과 몰상식한 무대뽀의 대응이 나올까봐 그 누구도 딴지를 걸지 못하는 세상. ‘니가 뭔데?’로 시작될 그들의 반응이 두렵기 때문에 인생 선배님들은 꾸욱 참고 2호선 지하철을 버티고 가신다. 잘못을 깨닫게 해 주기 위해서 그 자리에서 고쳐주어야 한다는 것은 이젠 제 자식에게만 해당되는 역시 또 지극히 마이크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 주소다.

그냥, 단순하게, 예의가 필요한거다. 그것도 사회구성원으로써의 예의가 아닌, 매일 매일 사고하고, 대화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예의가 말이다. 대 놓고는 말 못하고 여기서나 지껄이는 본인도 참 예의는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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