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벗으면.

안경을 벗으면 사물을 식별하기가 어렵다. 그야말로 형체만 보이고 또렷한 모습은 없이 희미한 잔상들만 보인다. 보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던 하루를 겪고나면 안경을 벗고 흐릿한 세상을 보고싶어진다.

오늘은 단지 눈의 피로 때문이 아니라 내가 보고 이해한 것들에 대한 외면이다. 어리석게도 안경을 벗거나 눈을 감는다고 해도 그 세상의 그 사람들과 그 풍경들이 고스란히 있는데 내가 보지 않기 때문에 그 세상은 없어진다고 믿는다.

안경을 벗으면 또렷한 것들은 희미해져 가고 희미한 것들은 이내 잊혀진다. 그렇게 계절이 또 바뀐다.

iPod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Akismet을 사용하여 스팸을 줄입니다. 댓글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세요.

안경을 벗으면.

안경을 벗으면 사물을 식별하기가 어렵다. 그야말로 형체만 보이고 또렷한 모습은 없이 희미한 잔상들만 보인다. 보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던 하루를 겪고나면 안경을 벗고 흐릿한 세상을 보고싶어진다. 오늘은 단지 눈의 피로 때문이 아니라 내가 보고 이해한 것들에 대한 외면이다. 어리석게도 안경을 벗거나 눈을 감는다고 해도 그 세상의 그 사람들과 그 풍경들이 고스란히 있는데 내가 보지 않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