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야심차게 준비한 스마트폰의 라인업, 넥서스원(Nexus One)을 트랜드 리서치와 개발의 목적으로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구글의 화려한 명성에 걸맞게 KT도 국내에 바로 이번주부터 야심차게 온라인 구매를 시작했죠. 저는 해외구매를 통해 얻은 분에게서 다시 구매해서 오늘 약 1시간 정도 사용을 해 봤습니다.
어디까지나 순수한 휴대폰의 용도라기 보다는 아이폰이 아닌 스마트폰의 생태계를 둘러보고자 사용해 보았습니다. 고작해야 1시간 사용한 결과로 많은 것들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다음의 몇 가지는 눈에 띄게 아이폰과 대비되는 크고 작은 부분들을 쉽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1. 단순하지 않은 UI
기대했던 것과 달리 넥서스원은 쉽지 않은 UI가 주를 이룹니다. 재차 언급하지만, 저는 이미 아이팟 클래식, 아이팟 터치, 그리고 아이폰으로 이어지는 애플의 휴대용 기기의 라인업을 오랜동안 써 왔기 때문이기도 할겁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쓰기 위해서 사용자가 스마트해져야 하는 상황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돌출되는 UI를 해제하기 위해서 다른 영역을 선택하기도 어렵고, 이전 페이지로 이동하는 직관적인 버튼이 있지만, 실제 터치 영역을 벗어나는 사용 패턴은 일관된 사용성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돌출되는 UI가 발생하는지, 이전, 다음, 취소, 선택 등의 선택지가 생각보다 좁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2. 반쪽 앱스토어(안드로이드 마켓)와 뭔가 찜찜한 어플리케이션
일단 게임 카테고리가 있긴 있습니다. 그저 한국 계정으로는 없다는 점이지요. 그리고, 역시 뭔가 선뜻 다른 어플리케이션들을 설치할 욕구가 나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알아서 잘 찾아내는 사용자에게야 무리가 없겠지만, 나열된 어플리케이션 만으로는 어떤 어플이 잘 나가는지, 혹시 구글에서 밀어주고 있는 훌륭한 어플이 없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저 ‘인기 무료 응용프로그램’과 ‘새 응용프로그램’이라는 서브 카테고리만 존재할 뿐입니다.
실 예로, 아마 이 부분은 국내에서 출시된 제품이 아니라 미국에서 넘어왔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OS자체는 한글인데, 자판은 영문만 활성화가 됩니다. 결국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한글 자판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고 어찌 어찌 설정을 해 나가는데, 아래와 같은 무서운 문구가 뭔가 찜찜하게 등장합니다.
**** 응용프로그램에서 지원하는 이 입력 방법을 사용하면 비밀번호 및 신용카드 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를 비롯하여 입력한 모든 텍스트가 수집될 수 있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자에게 정말 무한한 자유도를 주는 듯한 느낌에 당황스럽고, 염려스러운 안내문입니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설치하고 실행은 했으나, 그동안 아이폰에서 지원되지 않아서 불편함을 호소했던 멀티태스킹의 정체가 이렇게 서드파티가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이 사용자의 폰의 뒤에서 꼼지락 꼼지락 무언가를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의 문구는 참 난처하게 합니다. 문구 자체의 문제인지 어플리케이션 정책 자체의 문제인지는 아직은 알 길이 없어 보입니다.
3. 구글 서비스와의 손쉬운 연동
구글폰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서인지, 다양한 웹용 구글 어플리케이션들과의 연동이 용이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구글검색(음성검색 포함), G메일, 캘린더, 유투브, 구글톡, 구글지도, 가글스(Goggles), 구글랩스 등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탑재되어 있고, 로그인 한방이면 쉽게 access가 가능합니다. 아마 가장 강력하고 쉬운 접근의 서비스가 이런 형태의 연동 서비스일 듯 합니다.
실제 SDK나 안드로이드 마켓을 유심히 들여다 봐야겠지만, 아이폰과 비교하면 자꾸 긍정적인 면들을 찾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먼저 듭니다. ‘아이폰에서는 이게 되는데, 왜 이건 안되는걸까’의 식의 접근은 ‘다름’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쉽게 인정하기는 어려운 듯 하네요. 사실 스크린샷을 좀 떠서 화면들을 공유해 드리고 싶었으나, 스크린샷을 뜨려면 잠깐 검색해 보니 SDK를 깔고, 5~6 단계의 설정을 해야 한다는 한 카페의 게시물을 보고 나서는 엄두가 안납니다.
넥서스원이 성공하려면,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 스마트폰이 성공하려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단순히 어플리케이션의 수로만 비교할 수 없고, 하드웨어 스펙만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고, 또 시간이 지날수록 O/S는 업그레이드가 될테고, 그러면서 더 강력하지만, 편한 스마트폰이 되긴 하겠지만, 지금 당장으로써는 구글폰에는 손을 들어주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1달 정도를 더 사용해 보면서 넥서스원 제품에 대한 사용성들을 공유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