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pple의 독선적인 iCon, ‘스티브 잡스’ – 월간웹 9월호 특집 기사

[월간웹 9월호 특집 기사 ‘IT 키워드 프리즘으로 세상을 읽다-스티브잡스’

steve-jobs-in-time-magazine-front-cover바로 몇 분 전 구글이 모토로라를 약 13조원에 인수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굳이 ‘애플처럼’은 아니더라도 이제 구글 역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춘 셈이 되었다. 애플은 앞으로 쟁쟁한 경쟁자인 구글과 MS 그리고, 삼성 덕분에 쉴 틈이 없을 것 같다. 바로 그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원고를 써 달라는 요청을 받고 사실 흔쾌히 ‘yes’를 외쳤던 것은 큰 실수였음을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수 년간 애플의 제품과 생태계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심지어 물건 판매까지(?) 서슴치 않았던 내가 감히 그에 대한 키워드를 적어 내려간다는 것이 오히려 얼마나 어려운 일임을 말이다. 수 년전에 겁도 없이 본인과 서태지 그리고 스티브 잡스를 한 PPT 장표에 올려놓고 이력서라고 작성했던 일이 엄청나게 부끄러운 일임을 또다시 느끼게 된다. 도대체 그가 벌인 엄청난 일들이 어떤 일들인가? 엄청난 이야기들을 몇 장에 작성하라는 것은 이거, 너무한거 아닌가?

Project Manager 로써 바라본 스티브 잡스

이 사람 참 독한 사람이다. 그는 거의 매년 최소 2개 이상의 신제품 발표회를 연다. 그것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번갈아 가면서 혹은 한꺼번에. 약속이나 한 듯 그것도 대부분 정해진 날짜에 어김없이 한다. 담당자들에게 이 얼마나 피를 말리는 작업일까? 분명 시간은 촉박할테고, Apple이 가야할 비전과 전략에 맞는 제품은 늘 새로운 ‘something new’를 만들어야 하고, 이상하게도 자꾸 제품은 작아진다. 제품이 작아진다는 것은 소비자에게는 movable한 특성을 가질 수 있겠지만, 하드웨어 개발자에게는 엄청나게 큰 도전이 된다. 그뿐이랴. 하드웨어의 스펙과 성능이 바뀌는데 디자인은 또 얼마나 바뀌겠는가?

제품 라인업을 보자. 하드웨어로 보면, iPad(1, 2), iPhone(4, 3GS, 3), iPod(touch, classic, nano, shuffle), Apple TV, Macbook(Air, Pro), Mac mini, iMac, Mac Pro. 여기까지가 하드웨어다. 물론 모든 제품이 매년 바뀌지는 않지만, 이 제품의 생명 주기가 거의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신제품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로 보면 조금은 간단할 수도 있겠다. iOS, OSX, Safari. 하지만 아시다싶이 빌드넘버가 소수점 3째자리까지 이어지는게 태반이다. 엄청나지 않은가? 물론 이 모든 제품을 스티브 잡스가 일일이 컨펌하고, 수정을 요청할지는 사실 잘 상상이 가질 않는다. 각 파트별로 PM 또는 BM이 존재하겠지만, 그가 PMO이자 CEO의 역할을 하고 있는 애플에서 그는 분명 가장 핵심적이고 그들의 비전과 꼭 맞는 사업에 수장 역할을 할 것임은 분명하다. 상상해 보시길. 이런 라인업에서 그것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정확하게 들어맞도록 이렇게 큰 ‘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 슈퍼맨 뿐이다.

감히, 그가 바꾸었다고 믿는 몇 가지

혹자는 그는 개혁가가 아니라고 한다.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들을 그의 방식에 맞게 새롭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말이다. 절대적으로 공감. 생각해 보자. iPod은 그저 mp3 플레이어일 뿐이다. iPhone은 그저 스마트폰일 뿐이다. Macbook Air는 그저 노트북일 뿐이다. 그리고, App Store는 그저 소프트웨어 장터일 뿐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똑같이 ‘그저’ 라고 생각되시는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들면서 그가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사서 얻게 될 ‘가치’를 그가 팔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스티브 잡스가 팔고 있는 것들은 제품이 아니라 그로 인해 우리가 체감하게 되는 어떤 삶의 질 같은 것들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iPad를 쓰면서 얻게 될 새로운 경험과 삶에 대한 미세하지만 분명 의미있는 가치를 말이다.

또한,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 놓은 생태계 즉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앱스토어 등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계속 이어지는(seamless) 형태의 서비스를 체감하게 되었다. 호핀의 TV CF를 기억하시는지? 비단 영상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읽고, 쓰고,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우리 손에 들려지는 제품들에서 똑같이 느껴지는 것. 굳이 클라우드와 같은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우리는 점점 더 단말기에 대한 종속성을 버리게 된다. 그렇지 않은가. 사실 우리는 데이터가 중요한데, 그 데이터를 보여주는 window를 이해하려고 얼마나 많은 사회적인 시간들을 소비하는가. 내 휴대폰에서 쓴 트위터 내용이 그저 내 아이패드에서 똑같은 멘션을 보면 되고, 앱스토어에서 구매했던 제품이 휴대폰을 바꾸더라도 그대로 이관되길 바라는 것. 그렇다. 그가 바꾼건 그냥 제품, 생태계가 아니다. 아마 앞으로 수십 또는 수백년간 쓰게 될 우리의 어떤 삶의 패턴을 바꾼 셈이다. 그는 분명 외계인이다.

이제, 그를 기억하게 만들 키워드

애플 그리고 스티브 잡스와 관련된 수 많은 기사와 책들을 읽으면서 필자가 기억하려는 단어는 처음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도전’이다. 그는 유독 성공과 실패가 함께 뒤따르는 사람이기도 하다. 55년생 동갑내기인 빌게이츠와 다르게 그는 유복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났고, 친 부모가 아닌 사람들의 손에 길러졌으며, 환각제와 신비주의에 탐닉했던 히피이기도 했다. 심지어는 그가 설립했던 애플에서 쫒겨나기도 했으며, 자신의 친 딸을 부인하기까지 하는 ‘나쁜 남자’이기도 했다. 그뿐인가. 직원들에게는 주어진 목표를 이뤄내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엄청난 카리스마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은 전세계 시가총액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의 CEO이다.

하지만, 그를 강건하게 만들어준 계기는 Apple과 NeXT, Pixar에서의 수 많은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의 손을 타고 이뤄진 수 많은 제품들 또한 그에게 늘 새로운 도전이었으리라. 그의 꿈이 무엇일까. 스탠포드 대학 졸업에서 했던 축사처럼 그는 여전히 Hungry하고 Foolish로 남고 싶은 꿈을 꾸고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또 다른 꿈을 꾸며 도전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 세상에서 실패를 겪고도 계속 도전했던 사람, 그 도전이 그를 강하게 만들어 주었던 사람. 바로 스티브 잡스. 내게는 그가 1등이다.

 

[월간웹 9월호 특집 기사 ‘IT 키워드 프리즘으로 세상을 읽다-스티브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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