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4~5명의 친구녀석들이 있다. 지금이야 다들 알콩달콩 가정을 꾸리고, 애기들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서 자주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그 때의 우리는 삶에 있어서 참 많은 것들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였을까. 녀석들이 내게 특이하게 다르게 대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엔가 나는 그녀석들과 ‘다른 무언가’를 느끼고 몇 주 가량을 멀리했던 적이 있었다. 얼굴을 봐도 그냥 외면하고,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려 하고, 나 혼자만의 깊은 굴 속으로 들어갔던 잠깐의 기간이 있었다. 녀석들은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해 줄 수가 없었다. 나도 그 이유를 당시에는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 떠올려 보면, 나를 제외하고 몇 몇 녀석들은 중학교 때부터 이어져 온 어떤 무형의 ‘끈’이 있었고, 그 끈이 녀석들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내게는 어느 순간, 어느 시점에선가 그 끈이 그들과 내가 ‘다름’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채버렸다는 것 같다.
무언가가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 다름이 어떠한 시점에서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근래에는 자주 느끼게 된다. 그 구성원, 그 원에 속하지 않았다는 상황에 대한 인식은 참 빠르게도 어두워지는 일이라서 금방 티가 나기 마련. 특히 내게는 말이다.
커다란 원과 작은 원. 그 두개의 원이 교차하는 공간.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교차점의 끝에 있는 공간. 그 공간들의 틈은 결국 우리가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구간이다.
나는 이제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