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미디엄을 시작한다.
Medium이 iPad 앱을 출시한 이래로 다양한 컨텐츠를 접하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그리고, 댓글들만 읽으며 너무 오랫동안 지내고 있다는 쓸데없는 압박감 때문이겠지만, 사실 언제나 나는 긴 호흡을 하는 글들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했다. 아마 그런 성향 때문인지 미디엄의 앱에 빠져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그런데, PC에서 블로그 정도로 생각했던 미디엄은 아이패드와 아이폰에서 쓰게 되면서 생각들이 조금 더 달라지고 있다. 미디엄 창업자의 마인드 또는 신념 때문일까. 짧은 호흡의 트위터가 모바일과 함께 불어닥친 즉시성을 미디어로써의 가치로 보여주었다면, 미디엄은 블로깅 툴이면서 오히려 소비하는 미디어로써의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Flipboard를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추천 서비스? 큐레이션? 미디엄이?
현재 미디엄은 어떤 추천 알고리즘을 쓰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사용자가 직접 수고스럽게 좋은 컨텐츠를 찾아다니지 않도록 알아서(?) 컨텐츠를 추천해 주고 있다. 물론, 알아서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컨텐츠를 추천해 준다는 것은 모든 supplier들의 꿈이다. 빅데이터니 어쩌구 하지 않더라도 무언가 패턴이 정해져 있다면, 그 패턴을 신뢰할 수 있다면 분명 훌륭한 큐레이션 도구가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21세기 초반이다. 이러한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만한 준비는 그렇게 빠르게 체감할 정도의 수준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내가 재미있어할 만한 컨텐츠’를 추천해 주는 과도기적인, 그래도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있는 서비스가 아마 Flipboard가 아닐까 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과도기’는 사용자의 선택이다. 즉, 사용자가 자주 찾는 컨텐츠(매거진)를 쭈욱쭈욱 몰아 넣어 선택하고, 이 선택이 쌓이면 우리는 신문에서 보는 것과 같은 혹은 포털 메인에서 알아서 추천해 주고 있는 메인 화면의 편집권을 그 과도기적인 사용자의 선택에 의해서 제공받고 있는 것이다. 플립보드는 그것을 누구나 너무나 쉽고 빠르게 이해될 만한 키워드, ‘커버스토리’로 제공한다.
이러한 ‘모아주는’ 서비스는 이미 트위터,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등 모든 소셜 서비스들이 Feed라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고, 사용자들은 자신이 직접 추천 또는 선택한 컨텐츠와 사람의 컨텐츠를 과거처럼 굳이 파도타지 않더라도 스윽 스윽 슬라이드만 넘기며 확인한다.
미디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다시 미디엄으로 돌아가자. 현재 미디엄은 다른 블로그, 소셜 서비스와 동일한 Function을 최소한만 제공한다. 이를테면, 추천(recommand)과 공유(Share), 북마크(Bookmark) 그리고 추가(Follow). 음. 다 갖춘거 아닌가? 미디엄은 이제 고작 1년도 채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다. 창업자가 어마어마한 트위터의 창업자라는 점을 뺀다 하더라도 이제 고작 1년이 안된 서비스이다. 즉, 그들이 가고자 하는 미디엄은 아직 시작도 안한 것이 아닐까.
이미 미디엄 내 사용자들은 엄청난 컨텐츠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어떤 추천 시스템을 만들어서 쓰고 있는지 몰라도, 내가 관심있어하는 분야의 디자이너, 개발자, UX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엄청난 퀄리티의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읽다가 지쳐서 북마크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런데, 아직은 무언가 커버스토리, 또는 피드와 같은 조금은 쉽게 접근하는 방식의 메인 화면이 아직은 없다. 이 엄청나게 성장할 컨텐츠를 담고 있는 미디엄의 초기화면은 어떻게 진행될 것일까? 이 궁금증에 너무도 쉽게 무릎을 탁 치며, 컬렉션(Collection)에 있다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되었다.
https://twitter.com/agiletalk/statuses/471498342938066944
한국어(한국인들의) 콜렉션 추가.
미디엄에 포스팅 하신다면 이 콜렉션에서 함께 만들어요~https://t.co/klhhu11yfz— Jinho (@75jeong) February 19, 2014
블로거-트위터-미디엄, 에반 윌리엄스의 도전기 | Knowl-Edge http://t.co/drt2CnuDEW
쓸려고 마음먹은 후 4개월 만에 쓴 포스팅.. -.-;; 하여튼 에반 윌리엄스는 온라인 퍼블리싱의 키 맨 중 하나..— 한세희 Sehee Hahn (@h32) January 13, 2014
"미디엄이 이번에 업그레이드한 내용 중에 또 주목해야 할 부분은 큐레이션을 강화했다는 점입니다." 미디엄(Medium) 업그레이드… 큐레이션 기능 강화 http://t.co/hK4Od1og9r
— VentureSquare (@VentureSquare) December 9, 2013
플립보드가 그렇게 모아진 컨텐츠를 혹은 좋은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 매거진들을 만들게 시작했던 성공 사례와 같이 미디엄도 그들이 만들어 놓은 무형의 카테고리 역할을 하는 컬렉션이 그 해답이 아닐까? 처음에는 유형의 카테고리 분류에 익숙해 있던터라, UI상에도 쉽게 찾기 어려운 컬렉션이 그저 publishing을 위한 심성모델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큰 ‘모아보기’의 역할임을 위의 트윗을 보고 이해하게 되었다. 이런 증거(?)도 있다.
미디엄, 글쓰기 보다 글읽기
이미 미디엄은 출발부터 블로그 미디어가 ‘글쓰기’에만 집중된 서비스가 아니라 오히려 그만큼의 소비를 위한 서비스임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 되고 있다. 사실 조금만 진득하게 미디엄에 존재하는 컨텐츠들을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읽다 보면, 오히려 미디엄은 그런 기기들에서 최적의 컨텐츠 소비도구로써의 역할을 해 낼 것으로 믿어 보게 된다. 너무나도 간결한 UI, ‘읽는다’는 하나의 목적을 놓고 설계된 UX,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정보설계와 서비스 전체에서 풍기는 디자인. 읽고 싶게 만드는 재주를 넘어서 쓰고 싶게도 만들어 주는 서비스가 아닐까?
물론, 아직 한글 컨텐츠가 적고, 네이버나 티스토리 블로그가 아니란 점, 무언가 익숙하지 않은 읽기 환경,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오히려 지원되지 않는 글쓰기 등은 차츰 미디엄이 넘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의 이러한 미디엄의 출발이 길게 보면 워드프레스와 같은 롱런하는 미디어 서비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만든다. 심플하고 간결하면 뭐든 다 좋은 서비스와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 미디엄은 21세기를 이끄는 미디어를 다룰 줄 아는 선수들이 만든 서비스다. 길게 기대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