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에 있어서 기억해야 할 4가지.

요새 부서 막내의 명언이 화두다. ‘제안 보존의 법칙’. 분명 이번 주에 2개 또는 3개의 크고 작은 제안들을 마쳤는데, 다음 주에 딱 그 만큼의 제안 요청이 들어오는 것. 그는 이를 제안 보존의 법칙이라고 불렀다. 깔깔대고 웃었는데, 마치 그 법칙에 우리의 모든 상황이 일부러 딱 들어 맞는 것 처럼 제안 요청의 숫자는 정말 신기하게도 줄지 않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제안 조직이라는 영업도 아니고 프로젝트도 아닌 딱 그 중간에 있는 부서다. 프로젝트 부서처럼 엄청나게 정교해서도 안되고, 영업 부서처럼 엄청나게 되도 않는 소리를 해서도 안되는 참 모호한 업무를 하고 있는 부서다. 프로젝트라는 것이 모호함과 리스크부터 출발하는 관점이고, 이를 상쇄시키는 활동이 프로젝트 활동이라고 한다면 우리 조직은 참 그 모호함과 리스크를 적절하게 분류하고(categorization), 의미와 방향을 정의하고(concept), 빠르게 우선 실행해서(RCD), 청사진(blueprint)을 보여주는 것. 전략컨설팅그룹이 오늘도 하고 있는 업무의 범주다.

이 범주를 아주 빠른 의사결정과 빠른 결과물로 이끄는 일. 바로 제안. 제안을 함에 있어서 내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4가지 원칙을 기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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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표(Objective)

얼마전 어떤 분이 목적과 목표에 대한 차이를 물었다.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목표는 결국 가고자하는 방향에 대한 최종 도착지인 셈이다. 그래서, 우리가 제안 또는 계획을 세울 때 Goal과 Objective를 혼동해선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나 제안서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는 ‘이러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다’로 마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활동은 ‘목표’를 위한 활동이어야 한다.

2. 왜?(Why)

이는 사실 ‘근거’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어떤 상황을 예측할 때, 아무리 수 많은 근거가 준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근거가 반드시 우리가 이야기하는 상황에 대한 Fact가 될 가능성은 불행하게도 그렇게 높지 않다. 이런 why, because (of)를 전달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미리 무수히 많은 ‘왜’를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타당한 근거들도 마찬가지로 준비해 두어야 한다. 제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설득하는 과정이지, 교육과 학습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3. 어떻게?(How)

오래전에 친한 지인과 불국사에 놀러 갔었는데, 그가 바라보는 불국사 석굴암에 대한 생각은 처음부터 ‘why’였다. 왜 여기에 석굴암을 만들었을가. 왜 이 방향을 바라보도록 만들었을까. 왜, 왜, 왜… 그런데 재미있게도 내가 바라보는 관점은 처음부터 ‘how’였다. 이런 재료들을 여기까지 어떻게 가져 왔을까? 석굴암의 채광은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었을까, 어떻게, 어떻게. ‘왜’에 대한 이야기가 정리가 되었다면 당연히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이 나와야 한다. 이 방향들은 비록 ‘정답’이 아니어도 좋다. 어디까지나 이 방향은 우리에게는 Best Answer이지 The Answer가 아니다.

4. 그래서 어떻게?(How long, How much, How many…)

그 뒤로 이어지는 설득의 자료는 얼마나 길게(기간), 얼마의 돈으로(예산), 어떤 사람들이(사람).. 등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도표, 자료, 부대서류로 제출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제안의 최종은 설득이고, 그 설득을 위한 최종 지표는 ‘그래서 어떻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결국 제안의 성공과 실패는 어찌 보면 제안의 모든 것들을 담은 why, how 보다 이 그래서 어떻게 항목에서 결판이 나기도 한다.


처음 제안서를 혼자서 고군분투하면서 작성할 때에는 참 막막하다. 아무리 좋은 레퍼런스 자료가 있다고 해도 내가 제안하는 상황과 목표랑 다르기 때문에 정말 ‘참고’만 될 뿐이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던 때가 있었다. 그런 고민하던 시간들이 일년, 이년, 삼년 또 삼년 정도가 지나니까 오히려 다른 내용들 보다 4가지의 사항을 위주로 바라보는 태도가 생겼달까. 근거에 대한 타당한 방법론이 결국에는 설득력이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지만, 정답일 수는 없다. 제안은 이를 받아들이고 전개하는 사람의 생각과 방향에 따른 일이지, 정답을 찾아내는 과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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