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 보관하고, 공유하는 이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진을 보는 일은 가끔 사진들을 정리할 때 보는 게 다였다. 다양한 디바이스들이 사진을 찍어 주면서 찍는 행위 보다는 모으고 정리하는 행위에 더 집중했던 이유가 더 컷기 때문에 보는 일이 오히려 적어졌달까. 그런데, 삶에 변화들이 크게 하나 둘 씩 일어나면서 사진은 그저 내 컴퓨터 어딘가에만 저장되고 필요할 때만 보는 추억을 돌아보는 일에만 국한되지 않기 시작한게 얼마되지 않았다. 결혼과 아기. 가족이라는 boundary가 넓어지면서 사진을 단순히 저장하는 것이 아닌, 어떤 때와 상황에 맞추어 사람들과, 특히 가족들과 공유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물론 스마트폰과 다양한 앱들 덕분에 저장하고, 공유하는 방식, 구글포토 덕분에 이제는 그런 행위마저도 단순하게 만들었지만, 어찌 되었든 사진을 ‘보는’ 행위는 사실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작년에 탱그램의 스마트 플레이트 (Smart Plate)를 접하고 나서 전자액자, Digital Frame, 즉 사진을 전시하는 무언가가 자연스럽게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그 Device의 목적은 나에게는 단순했다. ‘가족들이 내가 찍은 여러 사진들을 전달/전송 받지 않아도 그냥 늘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진들과 과거의 사진들을 보는 것’이 이 기계의 목적이 되었다.
본래 부모님 댁에 놓아드리고, 함께 하지 못하는 순간들을 공유해드리고 싶어서 구매했으나, 현재는 내 책상에 놓여있다. 현재 저 제품은 배터리가 아닌 전력을 계속 공급해줘야 스마트플레이트 본연의 목적의 기능을 수행한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지 모르겠으나, 분명 어머님께서는 전기를 계속 먹는다고 연신 켜 놓으실 분이 아니기 때문에 보내드리기가 망설여졌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사실 제일 크다. 물론 카카오톡이나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를 전달해 드릴 수도 있으나 뭐랄까. 그냥 자연스럽게 갤러리처럼 보여지길 기대했기 때문에 이 제품을 구매했었다. 일전의 리뷰 포스트에도 언급했지만, 탱그램의 스마트플레이트는 20% 정도 아쉬운 제품이다. 그런대로 스마트폰과 앱 그리고, 기기간의 연동이 복잡하지는 않으나, 체감되는 사진과 추억에 대한 경험치가 딱 저 정도의 크기랄까. 정사각형으로 잘라야 하는 편집의 불편함과 높은 해상도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의 사진 산출물을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 그리고, 크기의 문제 등이 아쉬웠던 제품이다.
EO1 Beta
그런데, 이 녀석이 등장했다. E01 Beta. 나의시선 블로그에서도 여지없이 이 녀석의 구매와 간단하지만 긴 리뷰를 담아주셨다. EO1은 이런 폭풍 간지를 내뿜는다.
Electric Objects from Electric Objects on Vimeo.
‘.. No alerts, no feeds, no notifications to distract you. We took great care to design an experience that truly blends into the background, that lets the art take center stage.’
아마존에서 현재 판매를 하고 있는데, 거기에 실린 홍보용 카피가 뭐랄까. 귀찮게 안하는 스크린이라는 느낌이다. (그래. 좀 덜 스마트해도 된다. 좀. 푸시 메시지 보내는게 스마트한거냐!) 실제 프로덕트 자체의 디자인 역시 뭐랄까 아날로그를 품은 디지털이랄까. 아이폰의 느낌은 아니다. (물론 갤럭시는 더더욱 아니고.) 오히려 위에 언급한 것 처럼 탱그램의 스마트플레이트가 담고자 했던 액자의 느낌을 최대한 모니터처럼 보이지 않게, 자연스러운 아날로그 프레임으로 보이게 했달까. 물론 이미지만 봐서는 딱히 평가하기는 어려우나, 나의시선 블로그에서 보여진 구매, 개봉 사진을 보면 좀 비슷하게 느껴진다. 소개를 보니, 자신의 단말기에 있는 사진, gif animation, 영상도 업로드가 되고, 여러 커뮤니티들에서 이미지를 구할 수도 있다고 한다. 현재 아마존의 가격은 499$.
사진을 보는 경험을 ‘나’로만 국한되지 않고, 거실, 가족, 사무실 등 공동체가 있는 곳에 정적인 이미지 액자를 걸어두기 보다는 EO1과 같은 제품을 걸어두면 지금까지 사진을 본다는 경험을 이제는 다르게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 제품말고 눈여겨 보는 제품이 하나가 더 있다.
Framed * 2.0
이 녀석도 킥스타터 출신이다. EO1과 개념은 같은데, 위에 보이는 것 처럼 제스쳐를 인식한다! 립모션이나 MYO등과 같이 제스쳐로 구현되는 디바이스들이 제대로 작동(너무 민감하기도 한)하는 꼴을 못 봐서 이게 신뢰가 조금 안가지만, 여튼 제스쳐 인식도 된다. 뭐. 갤러리의 이미지를 슬라이드해서 넘기거나 하는 정도이지 않을까. 뭐. 이 제품도 399$에서 시작한다. Framed * 2.0은 24인치부터 55인치까지 제품이 구분되어서 판매되고 있다.
다시, 사진을 보는 경험
개인적으로 어디까지나 private한 사진이 아니라, 가족들과 혹은 공동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과의 공동의 장소에 이러한 디지털 액자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 시간이 지날수록 사진은 결국 기록이 되고, 이 기록은 각자에게 다양한 경험과 추억이 된다. 작은 스마트폰에, 혹은 디지털카메라에, 외장하드에, 구글포토만 소장된 죽은 사진이 아니라,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경험을 나누기에 디지털 액자 만큼 더 좋은 제품이 있을까? 사진은 보관이 아니라 공유하기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건 꼭 사야해……………
용돈을 모아서 올해가 가기전에 마지막으로 저 두 녀석 중에 한 녀석을 질러서 내 기필코 집안 거실에 장착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