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면서 내가 가려는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고 싶어서 걷는 와중에 버스앱을 켜다가 다시 종료했다. 배차 간격이라는게 있고, 내가 걷는 시간이 있고, 따라서 얼마를 기다리면 버스가 올 것인지를 미리 계산하고 타야하는가에 대한 단순한 물음이 바로 해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그저 기다리는 일.
효율적이고, 빠른 결정을 해서 결국 남는 시간을 또 어떻게, 무얼하면서 보낼 것인지를 다시 고민해야 하는 비효율적이고, 반복되기만 하는 결정에 대한 반격이랄까. 음악을 켯고,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다양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아이디어도 있고, 그간의 내 활동과 생각들도 있고, 해야 할 것에 대한 마음속의 TO DO LIST도 있었다. 그냥 이렇게 흘러가도 좋으니까. 돌아보면 그렇게 호기롭게도 여유로움을 갈구했는데, 나는 그것을 즐기며 느끼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 또한 함께. 하지만, 굳이 적어내려가지는 않았다. 자주 이런 고민을 했었는데,
시간이 해결해 주기도 했고, 시간을 억지로 당겨서 방향을 바꾸기도 했던 생각들은 대부분 멍하니 있을 때. 그리고, 그 때 떠오른 생각들을 조용히 생각해 볼 때. 마치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