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듣는 즐거움, YG와 JYP의 책걸상

책을 읽을 여유가 없다.

결론은 핑계지만, 책을 손에 들고 읽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생각도 하고, 메모도 하고,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머리가 잔잔하게 움직이는 그런 책읽기를 하고 싶다고만 생각하면서도 근 몇 년간은 책을 쉽게 손에 들지 못했다. 출퇴근 시간은 자차로 움직이고, 퇴근하면 올곧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고, 아이가 잠들면 나도 함께 잠들거나, 간신히 일어나서 TV를 멍하는 보는 정도가 하루 일과이다 보니, 여유가 없다는 핑계만 늘어난 셈이다.

그래서, 작년에 출퇴근 시간과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오디오북을 들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몇 몇 오디오북을 찾아봤으나, 막상 내가 원하는 분야나 책을 들려주는 어떤 방식을 생각하고 찾은게 아니다 보니, 마음에 와 닿는 서비스는 발견하지 못했었다. 사실 너무 많아서 선뜻 하나를 고르기가 어렵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발견했고, 그 중에서도 되도 않는 제목을 발견했다.

YG와 JYP의 책걸상 (이하 책걸상)

책을 듣는 즐거움

응? 아…. 당연히 그 YG와 그 JYP는 아니다. ‘과학, 환경 전문기자 강양구와 의사 출신 저널리스트 박재영이 진행하는 고품격 북 토크 팟캐스트'(라고 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처음에 들었던 에피소드가 아마 ‘숨결이 바람될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의 제목도 감성적이었고, 작년 즈음에 진행하던 프로젝트로 허덕이던 때였기도 해서 들었던 것 같다. 

책걸상의 진행 방식은 이렇다. 두 진행자가 합의한 책을 읽고 선정해서, 책의 저자에 대한 이야기와 스포일링을 하지 않는 선에서의 주요 플롯을 약 30~40분씩 2편으로 나누어서 소개한다. 때로는 책을 쓴 작가가 출연하기도 하고, 보통은 문학평론가(박평으로 소개된다) 또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출연해서 그 책과 그 책 주변의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일년 넘게 거의 대부분의 책걸상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대화의 즐거움’을 다시 깨달았달까? 물론 대리만족이자 간접경험이지만, 그들의 대화 속에 함께 참여해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하게 되었다. 특히 책을 큐레이션해 준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편향된 카테고리가 아니라 소설, 인문, 사회, 과학, 예술,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주제의 책들을 이런 이유에서, 또는 저런 이유에서 읽고, 공감하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 받은 느낌이다. 한 책을 2편으로 나누어서 약 1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나는 책걸상 덕분에 책을 듣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고, 그로 인해서 다시 책을 읽는 즐거움을 되찾았다. 그래서, 매주 매 회차 에피소드를 빠짐없이 듣고 있고, 추천해 준 책을 읽고 나서 해당 에피소드를 다시 듣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리고, 책걸상 때문에 덕분에 독서량이 늘었고, 장바구니에 수십만원 가량의 책이 구매 대기중에 있다.

읽는 것, 생각하는 것, 쓰는 것 그리고 말하는 것

나는 미디어와 다양한 기기의 홍수 속에서 매일을 살고 있다. 매일 글을 쓰고 있고, 매일 글을 읽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가 쓴 글을 읽으며 생각을 하고 있고, 다시 그에 대한 응답의 글을 쓰고, 그 글을 토대로 말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여전히 내가 선택한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이 타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면 무언가 공허한 느낌도 함께 들 때가 더러 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글을 읽고, 생각하고, 쓰고, 말하는 것이 엄청난 즐거움이며, 그 엄청난 즐거움을 아주 짧게라도 매일 일상을 통해서 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닫고 있다. 그리고, 책을 듣고 읽는 즐거운 경험을 통해서 나는 차곡차곡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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