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시에 디자인 리뷰가 잡혔다. 빠르게 검토하고 퇴근할 생각이었으나 1시간, 2시간 시간은 점점 늘어났다. 마음은 조급해졌는데 와이프 문자를 보자마자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밥 안먹어서 좀 혼냈어… 울다가 잠들었어…’
와이프의 말
어제 녀석은 나에게 놀아달라고 떼를 쓰다가 나에게 혼이 나고 울면서 잠들었다. 일요일이었지만 집안 정리를 10시 넘어서까지 하고 겨우 목욕 시키고 났더니 모든 힘이 다 빠져 나간 것만 같았다. 녀석과 단 10분 정도라도 놀애줄 수 있었을텐데 난 피곤하다는 핑계로 화를 내고 자라고 윽박지르기만 했다. 그래서 오늘 하루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서둘러 집에 가서 한두시간이라도 녀석과 놀아야 했었는데 리뷰는 끝나지 않았다.
결국 오늘도 녀석은 혼이 난 채로 울면서 잠이 들었고 서운하고 서러웠을 녀석의 입장이 오늘따라 더 깊게 이해되었다. 가슴은 불안으로 떨고 녀석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공감하기 시작하니까 마음속 태풍이 걷잡을 수 없이 서글퍼졌다. 미안함을 넘어선 무언가가 마음에서 떠나질 않고 있다.
지금 할 수 있는거라고는 그저 내일 아침 알람을 7:40에서 7:00으로 맞추고 깨워서라도 놀면서 마음을 달래줘야겠다는 생각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