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이 이렇게 가벼웠던 날이 근래 있었던가? 짐을 덜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몸과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는가.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 마음을 달리 먹으니 몸까지도 변화를 이끈다.
#2 액션 영화를 한편 보고 혼자 점심을 먹으면서 누구에게 연락해서 만나자고 할까를 생각하며 이리저리 연락처 목록을 뒤적여봤지만 막상 단박에 만나고 싶은 사람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름과 얼굴이 매칭이 되는 순간 이런 저런 불편함들이 먼저 떠올랐다.
#3 터벅터벅 뜨거운 볕을 받으며 걷다가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현대인에게 안정적인 느낌을 주며 북적거림속에서 나의 외로움과 자유로움이 묻어가는 장소. 나미야잡화점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면서 뭉클함들이 작게나마 피어올랐다.
#4 커트를 했다. 이젠 사람같아 보인다.
#5 불쑥 엄마를 찾아갔다. 사실 스타벅스에서 나와서 집으로 막 가려는 찰나에 엄마의 연락을 받고 바로 엄마에게 향했다. 엄마는 깜짝 놀라 반기셨고 엄마 손에 서둘러 50만원을 쥐어드렸다. 엄마는 보청기를 하지 않으셨고 나는 보청기를 하지 않는 엄마와의 대화가 오래전부터 무척이나 불편했다. 그래서 난 더 말이 없어졌다. 엄마는 여전히 그런 나의 마음을 잘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신다. 나도 엄마의 생각 한편에는 내가 엄마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엄마는 늘 쉬지 않고 일방적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말씀하신다. 내가 불편해 하는 엄마와의 대화. 아니 듣기능력 평가. 나는 늘 낙제점이다. 일반적인 엄마의 연설과 스토리텔링을 피하기 위해 화제를 돌리거나 몸을 돌린다. 30분을 앉았을까. 나는 일어났고 집으로 향하는 택시에 타서 다시 책을 읽었다.
#6 뽈링이는 저녁식사와 숙제를 동시에 하고 있었고 와이프는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지 못하고 녀석을 챙기랴 회사에서 마치지 못한 일을 챙기랴 내일 영유아검진용 설문 챙기랴 정신이 없었다.
#7 뽈링이와 나는 수영장으로 향했고 와이프는 잠시 눈을 붙인다며 무거운 몸을 침대로 끌고 갔다. 수영장에서 주간 스케쥴을 와이프와 확인하면서 의도치 않게 짜증을 내다가 혼자 풀려서 집에 왔다.
#8 낙곱새를 먹으며 와이프 회사 이야기를 단편적으로나마 듣고 집을 정리하고 뽈링이는 숙제로 책을 읽고 나는 또 다른 책을 집아들고 읽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