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고 안쓰럽게도 와이프는 피곤한 목소리로 늦을 것 같다고 했고 나는 뽈링이를 데리고 둘이 다녀오겠노라고 했다. 나름 피크닉을 위해 간식과 장난감 그리고 돗자리 등을 챙겨서 우리는 한강 공원으로 떠났다.

생각보다 길고 어려웠던 한강 다리(천호 대교였다)를 건너면서 둘은 옅은 두려움을 느꼈고 어렵사리 다리를 건너고 다리 아래 공원으로 내려가면서 우리는 안도하고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돗자리를 펴고 짐들을 풀고, 간식을 먹고, 연을 조립해서 날리고, 사진을 찍고, 대화를 하고, 장난을 치고, 킥보드를 타고, 하늘을 보고, 강을 바라봤다. 흔하디 흔한 경험이었어야 하는데 나는 수 많은 핑계로 이걸 미뤄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크게 웃다가 진지했다가 자신이 레이디버그로 빙의한 것 처럼 ‘난 아빠 딸이 될 자격이 없어…’ 라며 풀이 죽어 있다가(자기 생각엔 자기가 연을 못 날려서 아빠 딸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의미였다…) 눈물을 흘렸다가(이것도 연기임…) 그렇게 다양한 움직임과 감정이 일렁이던 늦은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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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고 안쓰럽게도 와이프는 피곤한 목소리로 늦을 것 같다고 했고 나는 뽈링이를 데리고 둘이 다녀오겠노라고 했다. 나름 피크닉을 위해 간식과 장난감 그리고 돗자리 등을 챙겨서 우리는 한강 공원으로 떠났다. 생각보다 길고 어려웠던 한강 다리(천호 대교였다)를 건너면서 둘은 옅은 두려움을 느꼈고 어렵사리 다리를 건너고 다리 아래 공원으로 내려가면서 우리는 안도하고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돗자리를 펴고 짐들을 풀고, 간식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