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움 반 + 예쁨 반 = 7살
녀석은 7살이 되었다. 한없이 예쁘기만 하던 4살의 기록들 이후에 녀석의 행동발달 상황에 대한 기록이 없었는데, 4살 때와 대비되어 너무 큰 편차를 보이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녀석의 몸과 마음은 훨씬 성장했고(몸은 사실 그다지…), 상대방과 대화의 질적인 수준도 엄청나게 변했다. 수 년간 계속 되었던 만들기는 코로나19 덕분에 2차원이 아닌 3차원, 3차원에서 이제는 구조나 원리가 포함되어야 하는 수준으로 레벨업이 되었다. 하지만, 녀석은 점점 놀이나 자유시간 보다는 시간에 쫒겨서 하루 일과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고, 환경적인 이유로 인해서 친구들과 또는 어른들과의 상호작용은 정해진 사람들 외에는 굉장히 줄어들었다. 오늘자를 기준으로 녀석은 이렇게 지내고 있다.
평범한 7살의 평범한 주간 활동
대치동에 있는 영어유치원에 다니면서 한동안 나와 함께 출근하던 패턴에서 엄마와의 출근과 등원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방과 후 수업이 없는 날은 과외 활동으로 영어 선생님과 한 두 시간을 보낸다. 5시 부근에 주요 일과를 마치면 나와 와이프가 요일을 정해서 데리러 간다. 그리고 일주일 중에 2일 정도는 서둘러 저녁을 먹고 서둘러 공부방으로 가야 8시에서 8시 30분에는 집에 돌아올 수 있다. 또 목요일은 역시 서둘러 저녁을 먹고 나와 함께 걸어서 수영장엘 들렀다가 같이 편의점을 들렀다가 집까지 걸어가면서 역할놀이를 한다. 주말 오전 시간의 대부분은 아이패드로 유튜브를 보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오후는 이런 저런 놀이를 하거나 숙제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70~80년대 유년기를 보냈던 나로써는 녀석의 일과가 너무나 벅차서 그리고, 이런 일정들을 소화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와이프의 일과가 너무나 벅차서 늘 조마조마하고 불편한 날들도 많았다. 지금이야 내가 잠깐의 휴가 아닌 휴가로 녀석의 케어를 어느 정도 담당하고는 있지만, 직장생활과 녀석의 하원 이후의 스케쥴을 6개월 넘게 담담했던 와이프에게는 너무나 고달픈 일상들이었다. 녀석의 스케쥴을 같이 하면서 ‘이게 누구를 위한 거지’라는 생각 보다는 오히려 가끔 녀석이 ‘힘들지만 괜찮아’라고 말했던 것 처럼, 힘들지만 우리가 맞는 매일을 잘 보내기 위해 애를 쓰면서 서로를 위로하며 지낸다.
뽈링이가 애정하는 것
녀석이 최근 관심을 갖고 혹은 여전히 애정을 갖고 있는 것들이다. 몽이. 얼마전에 깨달은 건데, 몽이라는 녀석이 이름 붙여준 강아지 인형을 거의 매 순간 데리고 다니고 있다. 약 3살 경에 샀던 인형인데, 사실 애착을 깊게 표현하기 시작한 건 1년 정도가 채 안되었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녀석은 몽이 때문에 울고, 웃고 함께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한 번은 와이프가 몽이를 세탁기에 돌렸다가 그만 몽이의 눈에 심하게 스크래치가 나서 몇 번이나 녀석에게 사과를 했지만, 녀석은 대성통곡. 한 참 뒤에 나와 몽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엉엉 울면서 몽이를 새로 사달라고 했는데, 나는 사 줄 수는 있지만, 뽈링이가 아끼고 사랑하던 몽이는 아닐거라는 이야기에 또 다시 대성통곡. 그렇게 눈에 스크래치가 심하게 난 몽이는 여전히 녀석의 팔에 꼬옥 안겨 있다.
최근에 녀석은 피아노 연주에 심취해 있다. 작곡가로 키우겠다는 내 바램과 일부 강요가 덧붙여서 한곡 두곡을 계이름대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심지어는 하루 이틀 정도 치면 다 외우는 수준으로 말이다! 개구리 왕눈이 피리 연주곡, 섬집아기, 미라큘러스(아주 일부), 소피아(아주 일부), 떳다 떳다 비행기, 곰 세마리 등등. 음의 높낮이 정도를 알려주고 스스로 노래를 부르면서 음을 찾게 하고 있는데, 제법 그럴싸하게 계이름을 찾아간다. 분명 유전일거다! 그리고, 춤과 노래로 뽐내는 걸 좋아한다. 여전히. 특히 점점 더 춤선이 그럴싸해 보이게 되었고, 춤을 추면서의 표정들도 꽤나 출중한 연기력으로 뿜어져 나온다. 분명 녀석은 아티스트가 될 자질과 노력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다. 뽈링아! 가자. 저작권의 세계로!’
그리고, 바로 며칠 전 3회를 맞은 Haunted house 놀이. 나는 귀신의 집을 지키는 정령이고, 이 귀신의 집에서 온갖 미션을 수행하는 용사는 녀석이다. 매 회차 마다 5개 정도의 미션을 수행한다. 그리고 집 안의 모든 불은 다 끄고 무언가를 찾거나, 행동을 하거나, 맞추거나 하는 등의 녀석이 좋아하는 미션들을 완료해야만 헌티드 하우스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암전이 된 상태에서 작은 라이트 하나만 들고 가장 멀고 험난한 베란다 끝에서 무언가를 찾아와야 한다거나, 옷방에 숨겨진 보물(무슨 보물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다)을 찾는다거나, 암전의 상태에서 텐트로 들어가서 노래 몇 곡을 부르다가 온다거나, 피아노 연주를 해야 한다거나 등이다. 사실 출발은 적당한 수준의 성취감을 이루게 해 주고자 시작한 일이었는데, 매 회차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고통이 수반된다… 다행스러운 건, 매 회차 마다 녀석에게 참여 후기(?)를 물었는데, 모든 미션들에 대해 만족스러웠고 다시해도 좋을 것 같다는 별점5개 정도의 피드백을 받고 있다.
빼놓을 수 없는 역할놀이
지금은 다소 시들해 지기는 했지만, 사실 역할놀이는 이제 특수한 상황에서만 하게 되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나, 녀석과 수영장엘 가거나, 놀이터에서 또는 집으로 돌아올 때면 빠짐없이 나는 블랙캣이 되어야 했다. 레이디 버그는 당연히 녀석의 몫이고. 그 외에 집안에서 역할놀이를 아무 때나 하자고 떼를 쓰거나 하지는 않게 되었다. 아마 한동안 내가 역할놀이에 대한 심한 스트레스와 거부감을 표현한 적이 더러 있고, 무조건 못한다 안한다의 표현 보다는 특정 상황에서만 하는 것으로 상호 협의를 마쳤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은 여전히는 옥토넛, 소피아 등등의 캐릭터가 한 상황에 전체 출동해서 우리는 서로 1인 다역을 하는 상황들도 발생한다. 무척이나 힘들다행복하다.
이게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둘이 시나리오를 즉석에서 만들어 내야 하고, 당연히 대사는 쉬지 않아야 하며 가능하다면 액션장면도 들어가야 그나마 역할놀이가 만족스럽게 되었다고 느끼시기 때문에 무척이나 몸을 피곤하게 하는 일이다. 하지만, 오고 가는 20여분 간 하는 역할놀이가 녀석의 성에 차지 않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워낙 말을 많이 하고, 움직임으로 표현을 해야 하고, 가끔은 노래도 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는데 시간적인 한계가 존재하다 보니 가끔은 끊고 들어갈 수 밖에 없고 또 가끔은 ‘과연 레이디버그와 블랙캣은 호크모스의 검은 나비를 잡을 수 있을까요?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라며 다음 기회를 약속하기도 한다. 이런 활동을 토대로 녀석이 이야기의 흐름과 역지사지의 개념을 접근할 수 있었으면 하지만 7세에게 너무 큰 기대를 갖는 건 무리일라나… 이런 시간이 아예 없어지면 아마 나는 이런 기록들을 토대로 지금의 날들을 떠올리며 아쉬워할 것만 같다.
기타 다른 놀이와 승부욕
뽈링이와 만든 ‘그러셔’ 게임이 있다. 어떤 행동이나 상황을 만들어서 상대방에게 불편한 마음을 초래하는 시뮬레이션을 하는 게임이다. 단, 창의적이어야 하며 대신 시뮬레이션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을 때리거나, 심신의 위해를 가하는 ‘나쁜’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 예를들면,
(뽈링이) 아빠의 운동화 끈을 다 뺀 다음에 그걸 서로 묶어서 아빠가 잠잘 때 다리에 묶어서 아빠 못 움직이게 할거야! (아빠) 그러셔~어? 그럼 나는 뽈링이 머리끈을 다 묶어서 아빠 허리띠로 쓸거야!
뭐 이런 말장난이다. 녀석은 이게 재미있는지 꽤 오랫동안 이 놀이를 하고 있고, 말이 되게 문장을 만드는 훈련도 있지만, 무엇 보다 반전과 같은 즐거움이나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녀석이 창의적인 문장과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면 나는 인정해 주고, 나 역시도 그런 시뮬레이션을 시작해야 한다. 생각 보다 녀석은 이런 저런 상황들을 예측해서 말하긴 하지만 재미있는지 가끔은 대안도 마련해 주고, 가끔은 ‘그럼 아빠가 손해일텐데? 왜냐면~’과 같이 내가 선택한 시나리오가 잘못되었거나 자신에게는 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내가 불편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여 준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즐겁고, 창의적인 게임인가? 단, 반드시 ‘나쁜’ 행동을 유발하거나 조장하는 문장을 말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끝말잇기. 여러 활동들을 통해서 녀석의 한글 어휘력도 꽤나 발전했다. 작년엔가에는 고유명사, 형용사, 동사 등도 섞어서 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복합명사까지도 잘 이어 받는다. 물론 둘이 할 때는 시간 제한을 두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에게 힌트를 주는 상황. 그리고, 녀석이 어떤 단어를 말했는데, 만약에 그 뜻을 설명하지 못하면 무효와 같은 패널티도 있다. 대부분 내가 져줄 수 밖에. 녀석의 경쟁에서 특히 아빠와 함께하는 경쟁에서 지면 굉장히 분노하고, 짜증을 낸다. 이를 여러 놀이와 게임을 통해서 확인한 건데, 적어도 아빠와의 경쟁에서는 반드시 이기고 싶어하는 것 같다. 대부분은 내가 지는 형태로 끝맺음이 되긴 하지만, 일부러 녀석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이기고 수습했던 적도 꽤 있는 듯 하다. 내가 지더라도 충분히 녀석을 축하해 주듯이 녀석도 지게 되면 아빠에게 짜증을 내거나 본인에게 화를 내지 말고 축하해주면 좋겠다고 여러번 토닥이고 강요도 해 봤지만, 녀석의 지상최대의 과제는 나를 이기는 것인가부다. 그래서, 최근에 나는 기를 쓰고 녀석을 이기려 하지 않는다. 솔직히… 내가 7살을 이겨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냐… 나 46살이다…
생각하고, 쓰고, 자르고, 붙이고, 세우고, 꾸미는 만들기
녀석은 코로나가 시작되는 즈음부터 만들기 능력치가 폭발했다. 정말 틈만 나면 뭐든 만들어댄다. 박스를 오리고 붙이고 꾸며서 어떤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그 그림들을 이어붙여서 무언가를 만들기도 하고, 답장은 못 받더라도 끊임없이 엄마, 아빠와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색종이나, 엽서를 만들어서 사랑을 속삭이는 편지를 쓰거나, 몽이 캐리어를 만든다고 4개 바퀴를 만들어서 빨대로 이어붙이고 박스로 몸통을 만들고, 구멍을 뚫어서 끈을 매달아 손잡이를 만들기도 하고, 휴지깡통으로 로봇 팔과 다리를 만들기도 하고, 끈이란 끈은 다 모아서 집안 곳곳을 다 끈으로 연결하고 소꼽놀이를 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레이디버그와 블랙캣을 그리기도 한다. 또 레이디버그에서 본 장면을 모티브로 해서 모자를 만들고, 그 모자에 장식을 붙이기 위해서 깃털을 일일이 그리고, 오리고 붙여서 세상에 하나뿐인 모자를 만들기도 한다. 그뿐이랴. 본인만 쓴다는 노트북을 만들고, 좋아하는 공주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을 아예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물론 그림과 글이 들어간다. 상의 따로 그리고 하의 따로 된 옷도 만들고, 두어 달 전에는 쪼리도 직접 만드셨다… 언젠가는 보물을 숨겨둔 지도를 만들어서 아빠에게 보물 찾기를 하라고 시키기도 했다.
녀석에게 있어서 만든다는 것은 사실 가장 최근에 어디선가 모티브를 얻었던 것들을 녀석의 방식으로 녀석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때로는 너무 신기할 정도로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고 만들기도 해서 우리를 놀래킨 적도 많았고, 이정도로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쓴다는 사실에 경악한 적도 있다. 모든 것은 녀석의 경험에 기반한 것들이겠지만, 그 경험했던 것들을 스쳐지나가도록 두지 않고, 녀석은 글이든 그림이든 아니면 구조물이든 어떤 식으로든 꼭 표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로써는 대견하고 또 뿌듯한 과정임에 틀림이 없다. 영어 말하기와 영어 퀴즈를 잘 맞추는 것 보다 녀석이 생각하고 만들어 낸 결과물을 가지고 녀석과 이야기하는 것은 약 200배 정도 즐겁고 기쁜 일이다. 그러한 행동들이 녀석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 말로, 때로는 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참 신기하기도 하다.
7살에게 있어서 숙제. 그리고, 우리에게 있어서 숙제
(엄마) 하지마. 다 버릴거야. 숙제 하지마! 이거 해서 뭐해! (녀석) 내꺼야! 버리지마! 엉엉. 엄마가 내꺼 다 버렸어….
구의동에 살던 수 개월 전 어느 날엔가 와이프는 녀석의 숙제를 가이드하다가 폭발했다. 문제집과 몇 개의 노트들을 집어들고 현관 문 밖에 던지면서 소리를 질렀다. 녀석은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고, 지켜보던 나도 큰 소리를 내고 말았던 날이 있었다. 우리는 한동안 숙제에 대한 스트레스로 모두가 힘들어 했었다. 숙제의 양은 둘째 문제고, 숙제를 하는 녀석은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만 딴짓을 하는 날이 많았고, 그걸 옆에서 지켜보고 가이드를 해 주는 와이프는 녀석을 꾸짖기 일쑤였고, 또 그런 와이프의 짜증섞인 목소리를 듣는 나도 쉽지만은 않아서 자주 우리는 숙제 문제 때문에 언성을 높이는 날도 많았다. 나는 주로 6~7살 애에게 숙제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 좀 안 해가면 어떻냐의 목소리였고, 와이프는 얼마 많지도 않은 숙제를 뺀질거리면서 오래 시간을 끄니까 문제라는거였다.
사실 숙제는 그 숙제 자체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다.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유치원 이외의 활동에서 오는 숙제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이었고, 그런 활동들을 줄이면 결국 와이프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로 귀결되었다. 즉, 녀석이 어디선가 적어도 5시 6시까지는 외부 활동을 해야만 와이프가 일을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발생되는 도미노 현상은 녀석은 집에 늦게(6시 경에서 8시 경) 귀가하게 되고, 숙제를 하고 나면 거의 10시. 4살부터 해왔던 함께 책읽기는 어느새 부터인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하지 않게 되고, 그나마 책을 읽는 것도 유치원에서 내어준 영어책 읽고 퀴즈를 풀어야만 했다. 샤워도 해야 하고, 밥도 챙겨주고 챙겨 먹어야 하는 와이프에게는 하루가 너무 부담스러운 스케쥴들이었던 셈이다. 그 즈음의 나는 프로젝트의 스트레스를 너무 심하게 겪고 있었고, 집에 오면 몸과 마음이 정말 만신창이가 되어서 소파에 기댄 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날들이 많았다. 녀석과 함께 하는 일은 고작해야 샤워 정도 같이 하는 정도 뿐. 우리에게 숙제는 숙제로 쉽게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가 나누어야 할 시간들이 숙제로 인해서 그리고, 나와 와이프의 직장에서 오는 다양한 압박과 스트레스로 인해서 꽤 많이 사라졌다.
이 저널을 쓰는 오늘을 기준으로 보면 녀석에게 숙제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줄었고, 녀석의 집중하는 태도도 많이 호전되었다. 얼만큼 시간을 투자해야 되는지 또는 얼만큼을 더 놀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임팩트 있게 집중하면 늦더라도 엄마나 아빠는 꼭 노는 시간을 할애해 준다는 사실은 이제 인지하고 본인의 숙제에 경건하게 임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결과물은 반드시 시작과 과정이 있었고, 우리 가족은 그 과정을 늘 흘러가게 두지 않았으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물이다. 나의 노력이 아니라 정말 우리 셋의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물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8살, 내년이 되서 더 복잡해지지 않고, 지금처럼만 심플하게 숙제와 관련된 키워드가 우리의 일상에서 고통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만.
이제 곧 8살
와이프와 나는 내년 녀석의 초등학교 입학에 대한 논의를 바로 몇 주 전에 마쳤다. 녀석에게 더 좋은 것들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의미가 더 크지만, 한편으로는 맞벌이를 해 내야 하는 우리가 가진 몇 안되는 선택지에서 우리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합리화하고 있다. 8살이 된다는 건, 유치원이 아닌 더 확장된 환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그 확장된 환경은 아이가 더 스스로 움직이고 판단해야 하는 일이 늘어난다는 의미이고,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통제 영역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구간이 생긴다는 의미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녀석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수 년전에 비해서 일취월장했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 만큼 가려서 하는 말들도 생길테니 말이다.
그런 8살 녀석과 함께 우리는 또 어떤 변화를 맞고 어떤 고민을 안고 또 어떤 생각하지 못한 즐거움을 안고 살게 될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녀석이 대학교를 졸업하는 그 사이까지 녀석이 겪게 될 수 많은 환경과 사람들속에서 과연 나와 와이프는 녀석에게 얼만큼 의미있는 세상을 보여주게 될까. 우리는 매일 매일 다짐하면서 잠든다. ‘건강하고, 지혜롭고, 아름답게’ 살자고. 녀석이 태어나서 우리 말을 알아들을 때 부터 지금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