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

그냥 취미로 해!

라이브클럽을 부쩍 자주 찾게 된다. 선배의 권유로 직장인 밴드에 가입해서 유령회원 활동을 하면서, 직업이 아니더라도 그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여 작지만 그들만의 축제를 열며 즐기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무언가에 미쳐있는 사람들 틈에선 자리가 상당히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팔짱끼고 무대 뒤에서 음악에 대한 깊이를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웃음과 즐거움 그리고 작은 공간에서 공유되는 작은 열정들이 들뜨게 만든다. 장난끼가 뒤섞인 환호는 곡 중간 중간에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트리게 하고, 아직 젖먹이 아들, 딸들을 대동하여 객석에서 함께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은 순간 순간 엉뚱하게도 ‘행복’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곤 한다.

“OOO 기타리스트를 소개해 줬더니, 신랑이 다시 음악하면 안되겠냐고, 직업으로 음악을 해보고 싶다고 하길래, 직업으로 하면 당장 이혼이야! 그냥 취미로 해! 취미.”

선배의 신랑은 무대에서 묵묵히 기타 연주를 하고 있다. 어설픈 초보가 보더라도 수준급이다. 직업으로 하겠다는 욕심과 이상을 무참히 밟아 찌그러트린 선배의 심정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취미로만 하기에는 그 분도 많은 고민을 하고 포기를 하고 다른 선택을 했으리라. 사실 어떻게 보면 그의 선택이 지금의 자리에서 그들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여튼, 이 직장인밴드 공연과 함께 홍대 라이브클럽을 자주 찾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뷰렛(Biruet)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는, 혹은 대어가 될만한 인디밴드들을 줄줄히 꿰고 있는게 아닌지라, 그리고 무엇보다 라이브음악을 자주 듣고 싶다는 작은 희망에서 몇 달 전, 뷰렛을 건졌다.(-_-;;) 그리고, 일정이 허락하는 한 대부분의 주말(금 or 토)에 있는 그들의 공연장을 자주 찾게 되었다. (고작 3번…-_-;;) 사실 라이브클럽에 자주 찾아간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은 ‘큰(Big)’ 일이다. 혼자가려니 쩜 쓸쓸하고, 누군가와 같이 가려니 섭외하기 쉽지 않고, 같이 데려가더라도 음악적인 기호가 다르면 내가 난처해지고, 동행한 사람은 시간낭비라 여기게 되고, 뭐 등등의. A형도 아닌데 잔고가 엄청 많다. 어찌어찌해서 쌈지스페이스로 향했다. 위치 찾는데 헤메지는 않았는데, 막상 쌈지스페이스 앞에 도착하니 과거에 작은 전시를 보러 갔던 기억이 그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기억해 내었다. 1층에서 타이포그래픽과 관련된 전시였던 것 같은데, 몇 장 남아있는 사진들만이 그날의 소소한 기억들을 떠올리게 했다.

2층에서 열릴 공연은 정말 딱 좋은 사이즈였다. 꽉 들어차면 100명정도가 될까? 무대와 스탠딩 영역, 타원형 공간의 좌석 영역. 뒷 사람들을 위한 두 대의 모니터가 두 개의 기둥에 붙어 있었고, 무대도 정면을 바라보는 형태가 아니라 약간 좌측으로 비틀어져 있어서 뒤쪽에 있는 관객도 그래도 어느 정도 시야가 확보되도록 배려한 설계로 보였다.(아닌가?) 카메라를 가져갔어야 하는데, 또 잊었다. 음악을 들으러 가는거지 음악을 찍으러 가는게 아니니까.(말도 안되는 합리화..-_-;;) 이제 취미생활 시작이다. ㅎㅎㅎ

 

인디와 인디밴드, 행복한 음악 활동

인디 : [명사]<연영> 영화·음반 제작에서, 독립 프로덕션으로서 소규모의 예산으로 활동하는 회사. 또는 거기서 만들어 낸 영화나 음반.
인디밴드 : [명사]자신이 원하는 음악만을 만들기 위하여 대형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는 그룹이나 밴드.

한 회사를 5~6년 다닌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인데, 그들은 벌써 5년차 중견 인디 밴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겠지만, 무대에 선 그들은 참 즐거워보인다. 역시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연주를 하고 있는 동안 특히 그렇게 보인다.

“이야.. 훌륭한데? 많이는 아니더라도 나도 몇 번 인디밴드 공연 봤었는데, 얘네들은 장난이 아니다. 보컬 카리스마와 목소리도 그렇고, 전혀 어설픈 인디 같지 않은데?”

동행한 친구녀석이 100% 몰입한 듯 하다. 녀석도 나름 음악을 골라듣고(-_-;;), 기타를 치면서 음악을 꽤나 하고 싶어했던 놈이라 보고 듣는 감각은 녹슬지 않았나보다.(ㅋㅋㅋㅋㅋ) 녀석의 말처럼, 뷰렛을 보고, 듣고 있노라면 훌륭한 밴드라는 생각을 놓치지 않게된다. 무엇보다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문혜원의 보컬과 카리스마, 그리고 훌륭한 무대 매너는 첫 눈에 ‘선수’임을 알 수가 있다. 이 날에도 느꼈지만, 객석 사이로 뿜어지는 강렬한 감정 전달과 흥겨운 몸짓, 깔끔한(왜 난 깔끔하다고 느끼는지 잘 모르겠다.) 보이스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어느 기사에선가 ‘요정같은 목소리’라고 했지만, 느낌자체는 사실 잔다르크다. 그만큼 누가 보더라도 첫 느낌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음악만 듣게 되면, 사진만 보게 되면 자우림의 김윤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은데, 비교우의를 따지기가 좀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그저 ‘다르다’는 정도로 밖에 비교가 어렵다.

이교원(84). 뷰렛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흰색 아줌마 파마머리 기타리스트. 참 즐거운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환호’ 카드를 늘상 지참하고, 무거운 보컬의 카리스마를 지대로 톤 다운 시켜버리는 그는 오늘도 웃겨보기에 시도하였으나, 어째 오늘은 잘 안웃어 줘서 혹시 서운해 하지 않았을까. 보컬이 꿈이었다는 그는 슈렛(슈가도넛과 뷰렛의 임시 조인트 밴드)에서 보컬의 꿈을 이뤘을까. 뷰렛에서의 즐거운 기타리스트. 공연장에서 그의 흥겨운 연주 뿐만 아니라, 그의 코믹한 개그를 보는 즐거움 또한 놓쳐서는 안된다.

베이시스트 안재현(82). 오늘 다음 카페에서 프로필을 다시 읽어봤는데, 헉.. 놀라운 문구를 발견.. 이걸 올려서 그녀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와 걱정이 있으나, 잠시 그 이미지를 그려보니 오히려 귀여운 느낌이 들어서. ^^;; 근데 정말일까?

습관이나 버릇

스트레스 해소법
욕하기

어렸을 때의 꿈, 지금의 꿈
뮤지션, 뮤지션

정말 욕 할까.. (절대 안그래 보이는데..^^;;) 어렸을 때와 지금의 꿈을 동일하게 그리고 그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는 부분이 와 닿는다. 그렇게 자신의 꿈을 이어가고 있는 그래서 더욱 즐거워 하는 그녀의 모습이 몇 컷의 사진에 담겼다.

오늘도 드럼 엄진용(85)의 사진들이 거의 없다…ㅠ.ㅠ 다음에 공연가서 드러머 사진 좀 내가 많이 찍어 올려줘야겠넹. 쩝(사진 없다고 서운해 하지 마세요..ㅎㅎㅎ)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

기타에서 만들어 내는 소리가 전선을 타고, 디스토션을 지나, 믹서기를 타고, 앰프로 이어지고, 그리고, 그 앰프를 통해서 귀와 가슴으로 듣게 되는 ‘소리’의 향연을 바로 그 자리에서 느끼지 않으면, 디지털 기기의 이어폰을 통해서는 결코 느끼기 힘들다. 뷰렛 역시 바로 가까이에서 그들의 즐거움에 전염되지 않으면 결코 그들의 음악을 ‘보고, 듣지’ 못한 것이다. 쿵쿵거리는 드럼의 비트와 둥둥 울리는 베이스. 날카롭고 흥겨운 기타 리프. 그리고 음악을 안내해 주는 보컬의 목소리와 가사를 통해서 그들은 무대에서 흥겨운 젊음을 보내고 있다. 20대에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30대가 되고, 40대가 되어서도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축복에 가깝고, 죽을 때까지도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더욱 뷰렛의 쓸쓸한 감동을 주는 Fly My Voice가 오히려 그들의 행복한 여정을 담아주고 있다는 느낌은 나만의 생각일까.

I have a dream fly my voice to the sky.
I found my dream and I keep going I found my voice.
때론 어두워진 거리에서 나 괜히. 때론 나 혼자서 울곤했어 나 괜히.
I found my dream and I keep going I found my voice
왜 날 감싸안고 감추고 가두려 했었지 가난한 나이지만 가진것도 있어 난 날아가
Fly my voice to the sky..
– 뷰렛, Fly My Voice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다른 많은 기회와 선택을 버리는 용기를 필요로 할 때가 많다. 음악을 하기 위해서 버려야 하는 것들.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하는 경우도 있을테고, 한 두시간 무대에서 즐겁기 위해서, 그들을 보러 온, 그들의 음악을 들으러 온 그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아마도 그들은 인생에 있어서 꽤 중요한 시간들을 포기하거나 선택함으로써 행복해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러 또 홍대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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