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시 방문, 11시30분 방문, 2시 방문, 5시 귀가

미루고 미뤄두었던 스케쥴을 단행했다. 무엇 때문에, 피곤해서로 늘 미루고 미루었었는데, 이렇게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덜컥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던 터라, 눈 딱 감고 예약잡고 바로 방문. 한 곳은 빠르게 진단, 처방, 득약. 스타벅스에서 시럽오더와 리뉴얼된 앱에 기능을 파악하며 30분을 보내고 이동. 다른 한 곳은 2시간 면담(?), 1시간 30분 가량의 검사, 다시 면담. 그리고, 약봉지와 무거운 진단서를 들고 집으로 복귀. 무언가 스케쥴을 해낸 것 같은 뿌듯함이 약 10초. 집에서 약봉지를 다 펼쳐 놓고, 진단서를 읽고 있노라니 그 다음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다시금 스물스물 올라오는 감정. 훈장도 아닌데, 자꾸 가슴에 깊이 새겨진다.

#2 이메일

오전에 메일을 하나 받았다. 참. 그거 읽고 또 심장이 뛰고, 호흡이 가빠지며, 다음 스텝과 그 다음 스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닫았다. 사실 메일은 닫았는데, 너무 많은 잔상들이 남아서 오늘 스케쥴을 도는 과정에서 내가 해야 하는 다양한 결정들에 대한 도움이자 영향이 되어버렸다. 병원을 가고, 이메일을 읽고, 집으로 복귀하는 모든 의사결정을 오늘은 올곧이 내 것으로만 했는데, 정작 해야 할 결정들은 하지 않고, 아니 할 수 없어서 미뤄둔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내일은 또 내일의 다른 해가 떠오르겠지만, 내가 보낸 오늘의 해는 어제와 다르지 않았고, 그저 몇 시간의 자유로운 혼자만의 움직임과 생각과 작고 작은 결정만 있었던 것은 아닐까.

#3 토마토 파스타

쿡방은 분명 사회적인 문제로 번질 것이다. 내가 파스타를 만들었으니까. 지난 주 이마트에서 까르보나라와 토마토 파스타를 위한 소스를 사왔는데, 무엄하게도 나는 토마토 파스타를 저녁 식사 메뉴로 정해버리고 말았다. 물론, 당연히 TV에서 파스타가 나왔기 때문이지. 면 삶고, 소스 볶고, 둘을 합치고, 식탁에 놓고. 끝. 생각 보다 쉽다. 그래서 이거 굉장히 위험하다. 너무 맛있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이건 위험하다.

#4 사진

구글포토를 하루에도 수십번 열고 닫는다. 아기와 와이프의 사진을 보느라. 오늘은 15가지의 다양한 표정을 보내왔고, 제법 사람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함께 웃고 있는 와이프의 웃는 얼굴에 나도 구글포토만 열면 웃게 된다. 의미있는 폴더를 만들어서 차곡차곡 쌓는 재미도 있고, 구글이 언젠가는 분명 유료화로 배신을 때릴 수도 있고, 구글포토 보다 애플포토(..라는 명칭은 없음)가 언젠가는 더 아름다워질 수도 있지만, 구글포토를 열면 늘 내 사람들의 얼굴들이 나온다. 내가 하루를 한달을 일년의 그리고 아주 더 긴 시간을 살아야 하는 이유중에 이제 가장 큰 이유가 되어 버린 얼굴들이.

#5 그리고, 해야 하는 것

그리고, 이제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집 바로 근처에 점집이 하나 있던데. 점집 이름이 ‘팔자집’. 완전 마음에 드는 간판. 조만간에 와이프랑, 아니지. 조만간에 몰래 다녀와야지. 그리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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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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