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인가 8년만인가 나는 안경을 바꿨다. 사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렌즈를 바꿨다. 즉 보여지는 안경테는 그대로이고 보이지 않는 렌즈만 바꾼거다.
새로 바뀐 렌즈는 당연히 어지럽다. 아직 적응이 조금 필요한데 무리해서 큰 변화를 준 상태가 아니라 아주 조금의 선명도만 교체했다는게 맞는 표현일 듯. 그동안 나는 7-8년된 프레임을 갖는 안경테 안에 있는 그 세월만큼이나 고스란히 렌즈에 기스로 남아 있는 그 채로 살아왔다. 어떤 때에는 사물이 너무 흐릿해서 닦고 또 닦아도 그 부위는 밝아지질 않는거다. 그 부위에 있는 기스는 회생불가였고 나는 그동안 귀찮고 마음에 드는 안경이 없어서 바꾸지 않겠다는 핑계만 늘어놓았을 뿐이었다. 참 멍청한 짓이고 바보같은 짓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보여지는 부분은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간 지금만큼 내가 만족스러워 했던 프레임이 없었고 막상 둘러보아도 보여지는 것은 이만한게 없다는 생각이 크게 자리했기 때문이다. 익숙한 것을 버리는 것은 엄청난 이야기들도 함께 버려야하기 때문에 나는 그런 이야기가 많운 것들을 쉬이 놓지 못한다. 생각보다 나는 버리지 못하고 구석에 먼지가 수북히 쌓인 낡은 것들도 꽤나 가지고 있기도 하다. 누군가는 이걸 ‘미련’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애정’이라고 하더라. 지난 달에는 두 단어가 커다란 차이를 갖고 있었지만 바로 얼마전부터 나에게는 그저 ‘바뀐 것’ 또는 ‘남긴 것’으로 남았다. 그게 안경테처럼 보여지는 것인지 랜즈처럼 나만 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보인다. 그리고 잘 봐야지. 이제 잘 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