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우리의 삶의 변화와 가치관의 변화에 대한 짧지만 여운을 남긴 대화들. 사진첩에 빼곡하게 쌓여있는 아이와 와이프의 웃고 우는 사진을 매일 매일 보는 나를 신기해하는 와이프. 의미를 남기기 위해 매일 매일 다짐과 생각을 남기던 공간에 대한 집착과 정보의 보고이자 과잉의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시간이 지날수록 내려놓게 되고. 설득하려고 혹은 이기려고 했던 수 많은 말들도 조금씩 덜 하게 되고. 20대에 품었던 방향과 30대에 품었던 방향이 달랐던 것 처럼 40대에 바라보는 가치관도 달라졌다. 꼭 행복해져야 한다는 공허했던 ‘현실의 힘듦’의 반대로만 여겼던 행복이 이제는 또 다른 의미와 목표의 행복이라는 단어가 된 것 처럼.
아이가 생기면서 바뀌는 것들이, 하루 하루의 일상과 새롭게 겪게 되는 주말이 점점 더 낯설지 않아졌고, 점점 더 기대하게 된다.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가치관이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대명제로 바뀌었고, 함께 산다는 의미를 구체적인 일상을 나누는 삶에 대한 고민들을 매일 이어가게 된다. 신기할 따름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도 커지고, 그래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으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나게 해 주고 싶은 목표들이 생긴다. 아마 그래서 선배들이,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우리들에게 했던 말들이 서서히 이해가 가기도 한다.
누워있기만 했었는데, 어느덧 기어다니기 시작하고, 어느 날엔가 아장 아장 그리고, 조심스럽게 걸음마를 시작했고, 이제는 제법 빠른 걸음으로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참 묘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일까. 남겨주고 싶은 것들도 유형의 무언가에서 이제 무형의 가치들이 되었고, 매일 매일을 기록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함께했던 순간들을 다시 돌아보고, 다시 웃고, 눈물을 글썽이는 날들도 자주 이어진다. 다른 사람에게는 하찮고, 작은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적어도 ‘우리’에게 주어진 매일의 일상은 어제 만큼 또는 어제 보다 소중해졌고, 그래서 내일이 더욱 조바심날 정도로 행복한 희망을 갖게 된다.
이런 일상을 내가 꿈꾸었던가. 오늘도 이렇게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