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의 성장과 변화 – 730일

730일간의 여행

내일이면 세상에 나와서 우리 딸로 살아온 날이 딱 730일이 된다. 최근의 성장과 표현들을 보면 지난 몇 달의 발달 상황 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고, 디테일해지고 있음을 매일 실감하고 있다. 몇 개의 단어를 조합하기도 하고, 제법 상대방의 반응을 보면서 장난을 치기도 한다. 녀석이 세상에 나와서 처음 경험하는 것들과 우리가 처음 녀석을 통해서 겪는 상황이나 감정들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꼭꼭 담아두고자 했었는데, 그런 순간들은 대부분 놓치는 일이 더 많고, 기억으로만 그리고, 주변 가족과 지인들에게만 무용담처럼 들려주는 일이 더 잦아졌다. 그래도 녀석은 이제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변화된 말하기

호비책과 디즈니 미녀 시리즈(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미녀와 야슈, 인어공주, 라푼젤, 겨울왕국)를 거의 매일 책으로 읽어주게 되면서 몇 몇 단어는 매일 쏟아낸다. 초반에는 2음절이 대부분이었지만, 점점 3음절, 4음절과 단어의 조합도 하고 있다. 어린이집에서의 상황을 우리가 보고 듣는게 아니기 때문에, 얼만큼 많은 단어를 얼마나 많은 상황에서 접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함께 있는 동안에 쓰는 단어들은 스펙트럼이 넓어지긴 했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표현되는 단어가 많은건 사실이다. 그리고, 명사 뿐만 아니라, 조사, 부사, 의성어, 의태어, 형용사, 가끔은 동사도 말한다.

책, 씨디(CD), 마녀(맞다. 백설공주에 나오는 그 마녀다. 이 단어를 지난 달에는 하루에 한 백번은 했을거다…….), 시장(심장, 마녀가 사냥꾼한테 백설공주 심장을 가져오라고 했던 그 심장이다), 난징(난장이), 아야(뭔가 위해를 가하는 장면 또는 상황이거나 본인이 아픈 곳을 짚을 때), 깜깜(깜깜해지면), 무셔(무서워), 코(잔다), 까까(과자), 슈박(수박), 포됴(포도), 이너(인어), 야슈(야수), 미녀, 촛불, 이모(처음에 발음은 미모였는데, 점차 이모가 되더라), 사츈(삼춘), 가치(같이), 쩌위에(저위에, 보통은 놀이터 또는 거실, 베란다 등을 일컷는 말이다), 아이언(라이언), 아빼(팬더, 왜 팬더 발음을 아빼라고 하는지 당췌 알 수가 없다. 지난 주 부터는 이제 팬더라고 발음을 교정하셨다.), 물고기, 꼬기, 보쇽(보석), 아껴(안경), 안데(안돼), 자깐만(잠깐만), 개랑개랑(계란), 팅클 또는 바짝(twinkle, 반짝이다), 한빼(한발)

할룽 또는 할미(할머니), 언네(이제는 발음이 거의 언니와 흡사해졌다), 고구고구(고구마), 빵(자동차), 주샤(주사), 마이(많이), 가(가라는거다), 아빠 이름과 엄마 이름을 25.78% 비슷하게 발음한다. 물론 2음절만. 뿌까뿌까(세수하거나 샤워할 때), 기저기(기저귀), 바지, 제이(친구 이름), 하지마(………………), 아니야(…………….), 아나아나(안으라는게다…), 아나(이건 진짜 맥락으로 구분해야 한다. 이 아나는 겨울왕국의 안나다….), 인나(일어나라고 시키는거다), 말랑카(말랑카우…….), 마이쮸(………………), 안녕, 소파, 칼(어제 처음으로 칼 발음을 했다. 동화 읽어주다가 칼이 나와서 한 번인가 알려준건데), 엉금(거북이 걷는 시늉도 함께 한다), 아불(이불), 호비(이 발음 참 긴 시간동안 안하더니), 토요일(이 단어 역시 학습의 산물인데, ‘토요일은 뭐 보는날?’ 하면 녀석이 ‘호비!’라고 한다….), 까이(까이유), 차키, 커피, 빵(먹는 빵), 사랑해(오늘 처음 이 발음을 완성하셨다!)

또한 두 세 마디 정도의 조합도 가능해졌다. 아빠 빨리, 엄마 맘마, 마녀 코, 아빠 자깐(잠깐만 기다리라는거다), 아빠 가치(같이 하자는거다), 엄마 쩌 위에, 아빠 꺼, 엄마 꺼, 아빠 깜깜 마녀 무셔, 아빠 가(아빠는 가라는거다…), 아빠 회사 가(…………….), 엄마 하지마 등등. 그리고 우리가 평소에 하는 말을 쓰면 그게 어떤 것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이제 깨닫고 움직이기도 한다. 이제 우리가 못 알아듣는 단어를 표현하다가 가끔 짜증을 내시기도 한다. 우리가 못 알아듣는다며 승질도 낸다. 벌써 뭔가 미안해졌다. 그리고, 엄청 웃긴다. 뭘 안다고 말이지.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단어

영상 시청의 변화

600일 즈음의 영상 보는 패턴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영상을 초반에 보여주던 때에는 매주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시간을 정하지 않고 이렇게 보여줬었는데, 영상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져서 정작 움직이고 말하고 뛰고 소리지르고 하는 등의 활동이 아무래도 적어지다 보니 지금은 주말로만 한정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또는 새벽)이면 굳이 아빠를 깨워서(‘아빠. 인나 호비’) 아침부터 호비를 보게 된다.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보고 오후에도 몇 번을 보여주는 패턴을 몇 달 정도 하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평일에는 영상을 잘 찾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호비가 잘 만들어진 영상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호비 1편이 끝날 때까지는 초집중하거나, 따라부르고 신나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무래도 호흡이 긴 애니메이션(백설공주나 인어공주 등)은 중간에 끄라고 한다. 안보신다며. 애니메이션들에 집중하기 보다는 오히려 아빠나 엄마가 읽어주는 책에 대한 집중도와 몰입도가 높은 것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책을 읽어주는 동안에 과장된 표현들을 더 많이 들려주거나, 인터랙션이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가령 ‘야수가 아야아야 하면 어떻게 해 줘야 하지요?’, ‘호’와 같은.


폭풍성장이라는 말을 이런 때 쓰는 것 같다. 하루에 길어야 2시간에서 3시간 함께 지내는 동안에 함께 웃고, 놀고, 밥 먹고, 이야기하고 지내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체감한다. 그야말로 이제는 제법 어느 수준까지의 대화도 가능해졌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녀석은 이전 보다 엄마를 더 찾는 것 같은 느낌. 밤에 잠을 함께 잘 때는 늘 엄마가 있어야 하고, 책과 놀이는 아빠여야 하는 등의 녀석 나름대로의 분류 체계를 갖고는 있지만, 엄마에게 안겨야 한다는 사명감은 여전한가보다. 결국 엄마는 엄마니까. 그리고, 말도 안되고, 그래서도 안되지만 아쉬움 섞인 간밤의 우리의 대화.

이대로 안 크면 좋겠다. 그렇지?

여전히 아름답고, 소중한 날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대의 두번째 생일을 축하해. 건강하고, 지혜롭고, 아름답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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