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18일. 27년이 지났다. 전두환과 노태우의 군사 쿠데타는 박정희의 유신체제에서 이어지는 군사독재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에 불과했다. 민주화 운동세력을 저지하기 위해, 야당 정치인 김대중을 잡기위해 전두환을 필두로한 신군부 세력은 광주를 ‘선택’했다. 이제는 ‘성역’이 된 광주 금남로에서 5월 18일 당시의 계엄철폐를 요구하던 학생, 시민들은 비상계엄군들로 인해서 ‘폭도’와 ‘빨갱이’, ‘용공세력’으로 둔갑하여 무차별 학살당했다. 5월 27일까지 열흘간의 믿을 수 없는 잔혹한 학살은 정권의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한 작전, <화려한 휴가>로 단행되었으며, 광주시민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갔다.(아직까지도 정확한 사상자의 수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 <화려한 휴가>는 1980년 5월 18일 전라도 광주에서 일어났던 처참했던 10일의 아픈 기억을 들춰낸다. 당시 작전명과 동일한 영화 <화려한 휴가>는 대부분의 큰 줄거리와 캐릭터는 실제 있었던 상황들과 실존인물들의 증언을 토대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공식 커뮤니티 ‘그날의 작전명 화려한 휴가’) 영화의 목소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겪게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비교적 낮게 울먹이는 톤으로 들린다. 조금은 어리숙하지만 평범한 택시운전기사(김상경)와 그의 동생(이준기), 그리고 퇴역(?) 장군(안성기)과 그의 딸이자 간호사(이요원)들이 겪게된 그날의 광주의 모습들이 주요 내용이다. 당시의 긴박감과 공포감 그리고, 두려움을 느끼게 해 주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특히, 군인들의 진압과정에서 극도의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이미 교과서에서, TV 프로에서, 책에서 많이 겪고, 많이 보고, 듣고, 이야기했던 내용임에도 언제나 믿을 수 없는 그날의 처참함이 다시금 분노로 그리고, 한숨으로 다 토해내게 만드는 광주의 봄을 바로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영화는 말해주고 있다.
엔딩곡으로 흐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멋모르고 그 곡을 불렀던 스무살의 기억이 부끄러워졌으며, 수백명을 죽이고도 여전히 권력의 자리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분노와 이 영화로 인해서 마음 졸일 사람들과 깊고 슬픈 한숨을 내쉴 사람들의 모습들이 교차하던 2시간이었다. 분명 ‘이야기’는 사람들을 모으게 만들고, 그 이야기의 밀도와 깊이에 따라 그 이야기를 더욱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동행했던 친구들 역시 같은 마음으로 <화려한 휴가>를 읽어내려 갔고, 눈물을 흘리고, 매질에 아파하고, 총질에 숨을 죽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까지 깊은 한숨을 몇번을 쉬었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흐르는 마지막 신은 판타지적인 요소를 포함한다. 그리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처럼 오히려 ‘살아 남은 자’만이 씁쓸한 표정의 여운을 남겨준다. 살지 못한 자들, 죽음을 넘어선 자들의 웃음 속에서 살아남은 자는 슬퍼했을까..
작년 이맘때 즈음에, 강풀의 만화 26년에 심취했던 기억이 난다. 꼭 영화화되길 바라는 마음에 포스팅도 하고, 댓글도 읽어보면서 열독을 했었다. 이런 것이 바로 미디어의 막강한 힘이 아닌가 생각하며. 교과서에 짧게 언급된 내용이 아니라, 시각과 청각을 통해서, 우리 부모님 세대들의 이야기를 더욱 깊은 가슴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518이라는 숫자와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단어만으로는 그 이상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화려한 휴가>는 결코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이기 때문에 다소간의 주변 상황이나 인물은 허구일 수 있지만, 지독하게 비참한 대한민국의 역사다. 잊지 말아야 한다가 아니다. 가슴속에 품고서 잊지 말아야 한다를 외쳐서는 안된다. 이 많은 이야기들을 분명 당신이 당신 친구에게, 당신 후배에게 그리고, 더 많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당신의 아들들에게 전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