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힘들어 한다.
며칠 전 밤에 얼핏 잠들었다가 깨어나서 녀석은 짜증이 수반된 대성통곡을 했다. 간신히 안아주며 달래 주었지만, 와이프가 등장하자 녀석의 짜증과 통곡은 더 심해졌다. 명쾌하게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 녀석은 그저 울고 소리를 지르기만 했다. 와이프는 그날이 많이 무서웠다고 했지만, 나는 사실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던 밤이었다.
그 다음날, 나와 이런 저런 놀이를 하던 녀석은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다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전날의 강도 보다야 세지는 않았지만 녀석은,
엄마한테 갈래. 내가 갈래. 아빠 차 타고 엄마한테 갈래.
이 말을 꽤나 반복했다. 와이프는 회식 중이었고, 영상통화를 하고 마무리하려고 했었으나, 녀석의 짜증과 흐느낌은 계속됐다. 결국 근처 마트로 놀러 나가는 것으로 울음은 그치긴 했지만, 녀석이 어느 지점에선가 힘들어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밖에 없었다.
요 근래 녀석은 7시30분에서 8시 사이에 눈을 뜨고, 일어나면 짜증을 부리기 일쑤다. 놀이학교에서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낮잠 시간 없이 하루 종일 놀며 공부하고, 집으로 오는 셔틀 버스에서 10분이 채 안되는 쪽잠을 잔다. 녀석을 데리고 오는 사람은 늘 자다 깬 녀석의 짜증을 받아야 하고, 8시 경에나 되어야 집에 도착하는 엄마와 아빠를 기다리며 또 집에서 논다. 길어야 고작 2시간을 같이 놀고 간신히 10시 또는 11시에 잠이 드는 일상인거다.
그래서일까. 녀석의 수면이 너무 부족해서 오는 것들은 아닐까. 놀이학교가 너무 재미있고, 신나서도 있겠지만, 고작 40개월 밖에 안되는 아기인데, 너무 타이트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물음표가 요 근래 매일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고민은 또 다른 언덕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