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회사 만들기

지금부터 약 14년 전에 당시 회사의 대표님께 보내드렸던 메일 내용. 아마 서른살이 되던 해였던 같다. 그 해는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고, 나는 더 성장을 원하던 때였다. 이 때 선택했던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어떤 작은 결정이 분명 변곡점이 되었을텐데. 그래도 여전히 아래에 물음표나 가고자 했던 방향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VISION 제시와 동기부여

우리 회사는 구성원이 좋은 회사입니다. 개개인이 가진 man power나 capacity는 현재 해당 연차수에서 best는 아니라 할지라도 크게 부족하지 않다고 여깁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지극히 구성원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바뀌는 부분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조직에 속해 있으면서, 이 조직에서 자신의 위치와 발전 방향 등을 알지 못하고 daily job에 몰두하게 되면, 결국 ‘키’를 잡고 있는 ‘선장’의 마음을 읽지 못한 채로 ‘향수병’에만 걸릴 것입니다. 저의 경우 입사 당시 회사의 규모 자체는 키울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를 면접 자리에서 들었습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개인의 능력치가 높아지게 되어 오히려 도산하는 업체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리고, 여러 사람에게 파이를 나누어 주는 것 보다, 최소한의 최적의 인원에게 더 큰 몫을 나누어 주겠다는 방향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성원 개인이 느끼는 구체적인 vision이 위로부터 제시되지 않으면, 구성원은 갈 길을 잃습니다. 모든 의견들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자라온 환경이 다들 다르고, 능력치가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회사는 구성원들의 모든 NEEDS를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조직의 규모가 작을수록 분명 조직 구성원들은 그 조직이 커나갈 때까지 많은 노력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도 개인적인 동기부여의 원칙이나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누구는 남고, 누군가는 도태되거나 자리를 뜨게 됩니다. ‘나는 이 회사에서 어떤 사람이 되겠다.’라는 명제를 두말 할 것 없이 구성원 개개인이 무장해야 vision이라는 경영진의 목표와도 부합되어 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 분명 구성원이 취하게 될 파이의 크기를 그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구성원의 목표는 개인의 포트폴리오, 급여 그리고, 소소한 인간관계 뿐이지 않을까요. 회사가 향하고자 하는 vision과 구성원에게 돌아갈 vision이 공유되길 바랍니다.

의사결정권 부여와 책임

우리 회사는 의사결정 권한이 그렇게 빠르지는 않습니다. 모든 프로젝트마다 클라이언트가 존재하고, 따라서 이해 관계가 얽혀 있고, 보고 체계가 있으며, 조직내에서도 상하 관계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의사 결정에 있어서 best way는 빠른 결정에 있습니다. 특히 IT 관련 기업들이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요건 중에 하나는 빠른 의사결정과 한국민의 빨리빨리 기질과도 상통한다고 보입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실장님을 통해서 최종 결정이 이뤄지고, 그 결정이 신속하지 못할 경우, 물론 최대한 우리의 이익과 부합되는 방향으로 차선책이 선택되기도 합니다. 작은 기업이 커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최대의 장점은 빠른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결정이라는 자체는 비단 경영자만의 재량이나 권한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은 조직에 있어서 민주형 CEO보다는 오히려 보스형 CEO나 코치형 CEO가 더 명확하고 신속한 판단을 해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방법 또한 베스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들에게 ‘의사결정’과 ‘판단’이라는 명제를 늘 알려주고 권한을 이양해 주며, 그에 따르는 책임감 또한 부여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우리는 구성원이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지는 않습니다. 이미 의사결정권자는 지정되어 있었고, 길지 않은 기간 동안에 벌써 자신이 판단할 수 있는 업무의 한계를 너무 명확하게 지었습니다. 결과는 잦은 회의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보드에 대한 디자인적인 이해나 참여도가 떨어지고, 한번에 족할 집단 회의가 소규모의 잦은 회의와 질문, 답변 들이 오가는 토론의 장으로 변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사원, 대리 등의 구성원들이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이에 따르는 책임에 대해 언급해 주시길 바랍니다.

기본기가 좋은 구성원 만들기

조직이 크건 작건 경력자를 우대하는 이유는 분명 ‘기본’을 충족하리라는 기대감과 해당 업무의 방향성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그를 통한 발전 가능성이 있으리라는 판단이 때문일 것입니다. 무엇을 보고 해야 하고, 무엇을 결정해야 하고, 무엇을 누구와 공유해야 하는 등등의 업무와 관련된 상당수의 체계를 알고 실천하는 사람이 경력자라고 생각합니다. 신입은 당연히 어떠한 실수든, 오히려 조직에서 신입에 대한 업무 성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시행착오를 통한 ‘경력자 만들기’에 더 큰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기본에 대한 ‘교육’이 따라주어야 합니다. 작업 일정, 작업 내역 등의 회의나 미팅 시에 메모는 반드시 필수입니다. 친구와 동호회 사람들과 일하는게 아니라면, 상급자에게 해당 내용을 재 요청하는 것은 분명 실례입니다. 권위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의 문제입니다. 출근 시간 기본입니다. 점심 시간, 적은 인원이므로, 가급적 함께 제시간에 움직이는게 기본입니다. 업무에 대한 영역 구분, 그에 따르는 진행과정 숙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리, 자기 주변 청소는 기본입니다. 룰이 많아지면 결국 피곤해지고, 스트레스 받는건 구성원들의 몫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상과 벌이라는 명확한 기준 자체가 없이 룰만 있는 것은 분명 혼란스러운 일입니다. 구성원은 회사가 룰만 있다고 여길테고, 회사는 직원들이 회사에서 해주기만 바란다고 여깁니다. 룰이 아닌 기본기가 명확했으면 합니다.

좋은 것 강요하는 회사 만들기

휴식은 분명히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합니다. 본인이 해결해야 할 업무가 있으면 당연히 스케쥴을 맞추기 위해서는 야근이나 밤샘 업무가 필요할 경우가 있습니다. 어느 회사나, 어느 조직이나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다소 말이 안되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회사는 분명 야근을 강요하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우리의 경영진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더 좋은 것들을 보여주고, 강요해 주었으면 합니다. 개인이 스스로 찾아 나서지 못하는 좋은 것들. 좋은 세미나, 좋은 공연, 좋은 전시, 좋은 모임, 좋은 교육, 좋은 사람들, 좋은 회식, 좋은 책, 좋은 영화 등등. 개인에게 주어지는 하루, 한 주, 한 달에 주어지는 많은 잔여 시간들을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잘 써나갈 수 있도록 독려해 주었으면 합니다. 조직내 인간관계의 두터움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지는 매주 주말에 뭐했느냐로 시작하는 작은 농담은 주말에 있었던, 사실 별로 궁금하지 않을 수 있는 구성원들 개개인사를 공식적으로 묻는 것은 때론 당사자에게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이, 구성원이 못 찾아 먹으면, 회사가 찾아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포상 및 벌점 규정

직원에게 할애되는 포상 규정이 있었으면 합니다. 목표치에 도달하여 좋은 프로젝트 결과를 내었을 때 등의 커다란 목표 뿐만 아니라, 소소한 포상 규정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회사 내의 작은 이벤트 들이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큰 도움을 줄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소한 부분이지만, 이를 통해서 회사에 대한 애착심도 갖고, 직원들과의 이슈거리도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있었으면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벌점이라고 하기에는 앞서 말씀드린 룰에 대한 부분과 맞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지각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든 원칙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몇 안되는 인원에서 어쩌면 지극히 불필요한 사항이 될 수도 있지만, 남아있는, 지각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차별성이 없다는 부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판단됩니다. 물론 각자가 진행하고 있는 업무들이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고된 지각과 그렇지 않은 지각 등은 잘못된 부분임을 인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 복지의 향상

출근 시간이 9시 30분이 되고, 택시비를 지급하게 되고, 작은 것들 하나씩 좋은 것들이 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시작을 지금의 구성원들과 함께 시작해서 더욱 좋습니다. 분명 현재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회사라는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포상규정에도 말씀드렸지만,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투입분이 있으면, 회사에서도 산출물에 대한 결과물을 포상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요일, 일요일 할애하며 작업하는 경우, 밤샘 작업 같은 경우, 회사의 입장에서는 개인적인 작업 속도의 문제로 인해, 또는 하루에 집중하는 업무 집중도가 낮기 때문에 야근, 밤샘, 주말 근무가 진행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빡빡한 일정속에서 산출물을 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또한, 일년에 한번 갖는 휴가에 대한 부분도 직원의 refresh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적절한 수준의 휴가비의 책정. 그리고, 일정과 맞물려서 휴가 일정을 놓치거나 미뤄질 경우에 이에 따르는 보상책도 마련해 주셨으면 합니다.

더 좋은 회사 만들기, 200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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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회사 만들기

지금부터 약 14년 전에 당시 회사의 대표님께 보내드렸던 메일 내용. 아마 서른살이 되던 해였던 같다. 그 해는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고, 나는 더 성장을 원하던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