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와 여행이 주는 즐거움

자주 찾지는 못하나 산을 특히 산 자락에 숨어있는 작은 절을 좋아한다. 고요함 가운데 느껴지는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 수 백년 살아 숨쉰 흔적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특히 4월이 되면 어느 절에나 벚꽃이 활짝 피어 눈에만 담아두고 오기에는 너무 아쉬운 풍경이 아주 작게 들려오는 목탁소리와 함께 잔잔한 평화를 느끼게 해 준다. 이곳에서는 오픈 일에 목을 매는 일정 관리도, 수정과 보완이라는 끈질긴 사투를 벌여야 할 일도, 이겨야 한다는 목표와 전략도 부질없는 것 처럼 느껴진다.

혼자하는 여행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부딪히는 상황에 대한 즐거운 판단과 상상을 할 수 있게 해 주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걷고 걷고 또 걸으면서 도란도란 나누는 재미 또한 놓칠 수 없는 것이 동행의 즐거움이다. 일상을 벗어나 ‘나’를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고작 30대 초반의 여행객일 뿐이고, 내가 알고 있는 삶에 대한 지표들은 수 백명의 사람들 가운데의 하나일 뿐 더 크고 혹은 더 작은 의미를 갖지 않는다. 아마 그런 여유로움이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되는게 아닐까.

잊어야 할 것들을 너그러이 흘려보내고, 기억해야 할 것들을 조용히 마음 속에 새기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걷던 길들이 기억나야 한다. 매일 매일이 즐거운 여행이 될 수는 없겠지만, 1분, 10분 혼자 있는 공간과 시간이 되면 그런 여행의 마음을 기억해 본다.

08년 10월 경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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