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 일정이 임박해 있었음에도 아이팟 터치를 무자비한 현금으로 지르고, 야근과 몇 몇 일정들 때문에 친하게 지내지 못했는데, 연휴를 이용해서 이것 저것 만지작거리고, 평소 잘 들어가지 않았던 iTunes Store에도 들락달락 거리고 있다. 일부 기능들은 신기함을 넘어서서 SF영화에서나 보던 기능들과 개념들이 속속 도입되어서 실제 상용화까지 되어 이 작은 기기 안에 담겨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과거 아이팟 클래식을 사용하는 동안에도 Mobile Device에 대한 장및빛 미래를 그려보곤 했었는데, Wi-Fi가 내장된 아이팟 터치는 그 가능성이 더욱 밝아 보인다. 이미 너무 많은 분들께서 아이폰 및 터치와 관련된 리뷰를 적어서 일일이 소개하기는 어려우나, 이 작은 기기가 가지고 있는 의미있는 몇가지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오픈 소스의 무한한 확장성
아시다싶이, iPhone/iPod Touch부터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iTunes Store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가 있게 되었다. 이는 기존 Device들이 자사가 제작 또는 일부 CP(Contents Provider)들을 통해 공급받은 일부 애플리케이션만을 탑재하여 판매를 하는 것과 달리, iPhone과 iPod Touch는 기본적인 애플리케이션을 제외하고는 SDK(Standard/Software Development Kit)을 제공하여 무한한 확장성과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즉, 애플이 제공하는 iPhone과 iPod Touch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일반 사용자들(물론 소수의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해당되겠지만)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역시 애플이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판매처인 iTunes Apps에서 사용자가 직접 판매를 하게 만들어주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은 기본적인 플랫폼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무한한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개발 수익 또는 비즈니스의 수익을 사용자가 가져가는 형태인 것이다.
물론 직접적인 비교는 적절하지 않으나, 과거 UCC와 웹2.0의 광풍이 몰아치던 2004년부터 2006년도를 떠올리면 UCC 제작자들에게 환원하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다. 그리고, 과거에도 PDA나 일부 기기들에서도 SDK 형태로 개발을 제공하기는 하였으나,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파괴력과 제품이 갖는 용이한 접근성이 이런 가능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결국 제작자에게 수익을 환원해 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 천, 수 만명의 개인과 업체들이 너도 나도 애플 앱스(Apple iTunes Apps)에 개발 결과물을 올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뉴스 : 애플 앱스토어, 5억건 다운로드 기록
- 뉴스 : ‘뮤직오로라’ 애플 스토어 강타
- 드림위즈 이찬진의 블로그 : 앱스토어 누적판매 $10,000 넘었습니다. ^_^ 감사합니다.
분명 이러한 직접적인 개발 자체는 대다수의 이용자에 비해서 극히 일부 소수이긴 하지만, 이들은 결국 수 많은 사용자가 다양한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선택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가장 핵심적인 주춧돌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들의 제품은 Wi-Fi를 통해서 애플이 또는 아이폰과 터치가 해결해 주지못하는 부분까지도 말이다.
2. Wi-Fi를 필두로 한 무선인터넷 시대의 제 2막
이미 무선인터넷 시대는 꽤 오래전에 열렸다. 빌딩과 사무실들에는 무선 AP가 대부분 잡히고 있고, T-로그인, 네스팟 등의 서비스들은 개인 노트북 및 PC, PDA들을 통해서 빠른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또한 휴대폰을 통한 무선인터넷은 비록 ‘유선인터넷의 컨텐츠 복제품’이라는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점차적으로 무선과 휴대폰이 갖는 장점들로 무장된 컨텐츠들이 점차 망 사업자들을 통해서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망 사업자들이 주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제한적인 서비스였다. 제한적인 플랫폼에서 사용자가 쓸 수 있는 서비스와 컨텐츠는 오히려 사용자에게는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애플의 SDK와 Wi-Fi의 결합은 사실상의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면, 유선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행동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가 있다. (Wi-Fi와 Wi-Bro의 개념에 대한 구분은 패스..-_-;;) 주식, 날씨, 뉴스 등과 같이 실시간 정보의 중요도가 높은 컨텐츠의 접근이 용이하며, txt의 포맷은 물론이고, ppt, doc, xls, pdf 등의 소프트웨어에서 작성된 문서까지도 열람 또는 일부는 작성도 가능하며, 본인의 PC와 Device간의 데이터, 화면 등의 동기화도 가능하다. 네트워크 게임, 실시간 채팅 등 뿐만 아니라, 풀브라우징으로 통하는 모든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접근은 유/무선의 경계를 확실하게 무색하게 해 주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유선인터넷에서 벌어지는 플래시의 UI나 Active X와 같이 서버 클라이언트간의 공동화 작업은 현재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현재, 애플 앱스에서는 아이폰과 터치를 활용한 많은 무선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이 24시간 대기중이다. 아이폰/터치를 iTunes와 애플TV를 컨트롤 하는 리모컨으로 사용하게 해 주는 Remote, 터미널 서비스 처럼 PC를 제어하는 Remote Desktop, 애플의 키노트를 제어하게 해 주는 Keynote Remote, 가상의 네트워크 드라이브를 생성해서 저장 공간을 생성/공유하게 해 주는 Air Sharing 등이 있다.
아쉽게도 아직은 아이폰과 아이팟이 유/무선의 경계를 clear하게 없애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여러 업체들이 그리고 여러 서비스들과 제품들이 그 간극을 줄여왔고, 스티브 잡스의 선택받은 적자들인 이들 역시 간극을 이전 보다 조금 더 줄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웹2.0의 여러가지 개념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높았던 부분이 바로 이러한 데이터들의 유/무선 경계가 사라지고, 오히려 온라인에 모든 데이터가 축적되고 공유되는 부분이었다. (당연히 개인정보는 어떤 형태로든 공유되거나 통제 되어서는 안되지만!) 아이폰이, 터치가 그걸 가능하게 해 주는 시작이라고 보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 아이폰, 아이팟 터치 애플리케이션 소개 블로그
– Latte’s Planet
– andiPod.com
– Apple Apps Store
– 148Apps
– AppShopper
3. Killer Contents의 활성화
현재 본인의 터치에 담긴 일부 컨텐츠 목록이다. 업무 자체가 굉장히 이동이 많은 것은 아니나, 출/퇴근 시간, 간간히 외근 이동 때, 짜투리 대기 시간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애플리케이션들이다. 일단 현재까지는 대부분 무료 애플리케이션들이다.
- Gmail+회사 메일 서비스
- 내 PC 아웃룩에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가 연동되어 있는 Contacts
- 일간지부터 잡지까지 망라되어 있는 뉴스 서비스 Ghotst News
- IT트랜드와 지인들 블로그의 RSS 서비스인 RSS
- 국내외 mms로 서비스되는 라디오, FStream
- 게임류:BSiesLite, iBowl, DigLite, AeroDr, Vegas Pool, iShoot, Audi A4, Spore, Cube Runner, Space Deadbeef
- 명화 갤러리 서비스인 Art Gallery
- 전 세계 IPTV의 서비스 Joost
- 전 세계 무한 공유 사진첩 Flickr
- 즐겨찾기 공유 서비스 Delicious
모바일 기기들의 으뜸 장점은 휴대성이다. 개인적으로 그 다음은 분명 컨텐츠여야 한다. 휴대성의 장점과 시간에 대한 행동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좋은 컨텐츠에 달려있다. 일어나서 GhostNews의 새로운 데이터를 받아두고, 출근길에 어제, 오늘의 뉴스를 읽는다. 이동중인 지하철은 Wi-Fi가 끊길 가능성이 높으므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 작업은 무리. 따라서 RSS와 Fstream 등의 서비스는 사실상 사용하기는 어렵다.
결국 위와 같이 킬러 컨텐츠들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크게 마련이다. 여기에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가 아닌가에 따라서 그 활용도는 배가 된다. 아마 이러한 킬러 컨텐츠들은 1차적으로 게임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부분들을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이미 대형 게임업체들은 이 킬러 컨텐츠의 활성화가 기대되는 아이폰, 아이팟의 플랫폼에 자사의 서비스들을 넣기 시작했다. EA는 Spore, Simcity, Need for Speed, Harry Potter the order of the Phonenix, Comand and Conquer 3 등을 애플의 아이폰과 터치에 꼭 맞는 제품들을 출시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이러한 게임들이 반드시 무겁거나 깊이가 있을 필요는 없다. 네트워크를 통한 다중접속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웹사이트, 유료에서 무료로 전환된 프로그램을 알려주는 AppShopper 등에서 쉽게 찾고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유/무선의 선택적인 더 많은 폭을 넓히며 모바일 기기가 갖는 핵심적인 장점을 활용하게 된다. 결국 디바이스는 플랫폼의 역할인 뼈대가 되어주고, 컨텐츠가 이 간지나는 플랫폼의 멋진 옷이 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의 다음 이야기는?
사실 아이폰을 기다리다 못해 결국 ‘전화기는 전화만 되면 되는거야’라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서 급 지름을 했지만, 일주일 가량의 사용 소감은 일단 썩 만족스럽다. 분명 여러가지 단점들이 즐비하긴 하지만, 위에 언급한 것 처럼 오히려 이전 클래식에서 느끼지 못했던, 이전 휴대폰과 무선 기기들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많은 가능성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제품 하나가 주는 일상의 변화는 일상으로 따지면야 굉장히 놀랍게 큰 부분을 차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내에서도 음지에서 애플 SDK가 공유되고, 일부 항목에 대한 개발 이야기가 솔솔 풍겨나오고는 있지만, SDK만 공유한다고 해서 개발자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것이라고도 생각되지 않으며. 실제 사용하는 사람이 느끼는 불편함과, 필요한 어떤 것이 개발에 대한 동기유발을 일으켜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엉뚱한 결론이긴 하지만, 아이폰과 아이팟터치에 대한 접근은 개인적으로는 결국 ‘마인드’라고 하고 싶다. 지금의 아이폰과 터치가 해 주고 있는 수 많은 장점이 아니라, 이 다음(next)에 펼쳐질 세상에 대한 도움닫기의 역할을 해 주는 것이며 이를 누군가는 ‘읽어내’고 움직이는 것. 그래서, 다음(next)에 할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준비라고 보고 있다. 즉, 더 많은 사용자가 공유하고 참여하여 더욱 더 풍성한 웹을 만드는 것. 아마도 이런 ‘가치’를 담는 제품이 몇 년 후에 우리가 또다시 열광하게 되는 또 다른 이유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