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그리고 마케터 ;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 일상

오늘 조금 다른 성격의 2개의 다른 회사의 미팅이 있었다. 두 건의 미팅을 마치고, 마케팅이라는 무형의 것과 마케터라는 유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01. D사의 마케팅과 마케터
현재 D사가 운용중인 RTD(Ready to Drink)에 대한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 선정을 위해서 회사소개를 요청 받았다. 10분 전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아서 사전에 공유되었던 문서가 준비가 되었는지 체크를 했다. 본인의 PC에 있다고. 훔. 혹시나 해서 가져온 USB에 해당 자료를 담아와서 그 자료를 가지고 발표를 시작. 뭐랄까. 40대 아저씨들 뫼셔 두고, 말단 직원이 보고하는 듯한 느낌. 나 역시도 더듬더듬, 뭔가 자신이 없는 태도가 역력해진 상태. 몇 몇 분께서 다행스럽게도 난해한 질문. 진땀 빼는 질문이 아니라, 단순히 짧게 답변할 수 없는 질문. 또 다행스럽게도 2년 전에 혼자 와서 PT할 때 보다는 적어도 ‘격식’이라는건 생겼구나. 물론 웃을 여력 없이 딱딱한 분위기였지만. 여튼 40여 분의 설명과 질의가 오간 뒤에 나를 컨택했던 담당자에게 ‘어땠느냐, 앞으로 무얼 하면 되느냐, 대기하면 되느냐, 혹시 주차권 지급이 되느냐…’ 등등의 궁금이 생겼는데, 그가 하는 한마디. ‘수고하셨습니다.’ 우린 고작 ‘을’이지만 회사에서 중요한 일들을 맡고 있는 중역들이고, 왕복 2시간 이상을 쓰기 위해서 이곳까지 달려왔고, 이 자리를 위해서 몇 시간을 PC앞에 앉아서 정리하고 왔는데. 자판기 커피한잔 권하지 않았던 마케터들. 그리고 그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은 마케팅. 우리는 그들과 함께 할 수도 있는 파트너. 그들은 우리를 파트너로 시작부터 바라보지 않았다. 머리는 차고, 가슴도 우리는 차가웠다. 그래서, 우리는 D사와 연락할 이유가 쉽게, 빠르게 없어졌다.
02. H사의 마케팅과 마케터
우연히 D사의 미팅이 끝나자 마자 부근에 있는 H사와의 번개 미팅. 국장님께서 손수 마중나와 주심. 웃는 얼굴로 편하게 맞이해 주심. 자연스럽게 차를 권유하신다. 자리에 앉자마자 쏟아내시는 방향과 목표들. 우리가 해 줄 수 있다고. 우리가 글로벌리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그 아이디어와 노력들을 함께 해 달라고. 사용자가 현재보다 더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노력을 보여달라고. 40분 내내 안면 근육이 씰룩거리는 웃음이 아니라, 가슴이 따듯해 지고, 설레임에 벌렁거렸다. 40분 내내 여기도 마케팅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가 마케터임을 초면에 느꼈고, 명함 한장, 그가 누구인지, 참석자가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도 없어서 마치 블라인드 테스팅을 당하는 사람처럼 느껴졌었던 D사와의 미팅과 너무도 달랐다. 우리가 대우 받은건 사실 고작 커피 한 잔과 교환했던 명함 그리고 동기부여. 이 3가지가 전부였다. 그 안에서 우리가 마케팅을 느꼈다면 오바일까. 동행했던 동료가 말했던 것 처럼, 우리에게, 함께하는 파트너에게 마케팅, 마케터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대 고객에게도 마찬가지일거라는. 그래서, 우리는 H사의 제안을 너무나도 고맙게, 너무나도 진지하게 그리고 즐겁게 고민하기로 결정했다.

데스크에 앉아서 소비자행동론과 벤큐의 마케팅원론을 찾고 있는 수 많은 마케터 여러분. 웃음 하나, 칭찬 하나, 커피 한잔이 수 백, 수 천명의 고객을 긍정적인 ‘우리의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시작입니다. 저는, 우리는 마케터이기 이전에 머리와 가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부디, D사 마케터 여러분. 원하시는 ‘파트너사’와 ‘을’을 발굴해 내시기를 기원합니다. 레알.
* 아아. 참고루다가 이 포스팅은 회사의 입장이 아닌 지극히 개인의 입장임을 밝힙니다. 혹 나중에 회사 까지 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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