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꼭 혼자서 뭔가를 해야한다는 목표가 뚜렷하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 없이 생각만 하고, 책도 읽고, 멍하니 있는 시간이 점점 더 절대적으로 필요해졌다. 사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핑계는 날카로움과 짜증을 동반한 행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래서, 와이프는 자주 내게 바람이라도 쐬고, 책도 읽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오라며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반쯤 섞인 말로 지지향을 권해준다.
지난 번에 이곳에 왔을 때는 소설을 포함한 책을 3권을 들고 와서 다 읽고 돌아갔지만, 이번에는 3권을 채 완독하지 못했다. 쉽고 빠르게 읽힐 줄 알았던 책 한 권이 챕터 마다의 다른 설정과 다른 이야기의 옴니버스 형태인데 이상하게도 읽어 내려가는 속도가 꽤나 느릿느릿. 예상대로 타인의 경험이 담겨있는 책은 지금 내가 당면한 다양한 과제들과 맞물려서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또한 페이지 분량도 사진 등을 제외하면 300페이지가 조금 안되는 분량이라 술술 읽혔다.
차에서 최근 좋아하게 된 밴드들의 음악을 크게 듣기도 했고, 두 끼의 식사도 혼자 했고, 잠깐 잠깐 산책도 했고,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엄청나게 커다란 마음의 여유를 얻거나, 힐링 따위(나는 힐링이라는 단어를 무척 싫어한다. 한때 유행처럼 여기저기 쓰여진 힐링이라는 단어들의 범람을 무척이나 껄끄러워했다. 마법사도 아니고…)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타인과 대화를 하지 않으면서 그리고, 누군가의 관계로 불려지는 이름이 아닌 온전히 ‘나’로만 존재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이 무척 소중한 시간임을 깨닫는데는 몇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음 한켠에 늘 생각을 말로 소비하는데만 집중되어 있어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그것을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론만이 존재했는데 말이다.
그렇게 짧은 주말이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