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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Inside/Thoughts | 2003/09/24 01:17 | 재회#
"스승이면서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다. 친구이면서 스승이 될 수 없다면, 그 또한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 명나라 말기 양명좌파의 기수였던 이탁오

"오래두고 가까이 사귄 벗"
- 영화 친구 Main theme


내가 사교적이라고 생각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려서부터 난 유난히 그놈의 '숫기'가 없었고, 나서기를 싫어했다. 그래서일까. 주변에 친구가 많은 사람들을 보면 그들는 늘 '숫기'가 충만했다! 물론, 간간히 가까운 친구들을 통해서 나는 내 안에 들어있는 외적 성향을 끄집어 내려고 무던히 애를 쓴적도 많이 있었다. 때때로 성공. 하지만, 군대를 갔다 오고, 직장을 잠시 다니며, 다시 대학에 와서 공부를 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어릴적에 말 잘 못하고 앞에 서면 얼굴만 벌겋게 되어서 어쩔 줄 몰라하던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런 내게도 좋은 친구들은 몇 놈 있다.

오래 오래 알아가면서 그가 있어 내가 즐거운 그런 벗. 가까운 친구를 나는 벗이라고 부르기를 좋아한다. 친구. 사실 개나 소나 다 친구 아닌가? 대충 면식이 있으면 다 친구다. 밥 한번 같이 먹어도 친구, 나이가 비슷해도 친구, 매일 보는,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 가끔 전화하는 친구, 결혼하니까 오라고 연락하는 친구, 당구치는 친구, 술 마시는 친구, 이야기 하는 친구, 이야기 들어주는 친구. 내 주변 사람들을 이렇게 분류해서 언젠가 돌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친구 분류는 이런식이다.

난 사람에 대해 특히 친구라고 불리우는 혹은 벗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관대하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10중에 3을 주더라도 나는 그 보다 7을 더 주자는 마음을 가진 놈이다. 그럼에도 나는 친구에 자주 실망한다. 그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나를 모르면서 짐짓 나를 판단해 버리는 친구를 나는 쉽게 버린다. 버린다는 의미가 유치할지 모르겠지만, 그에 대한 내 마음을 버리는 것이다. 세상이 이해득실을 빼면 남는게 없다지만, 친구에게까지 그러하다면 그것은 아마 내가 친구에게서 잘못된 바램을 갖고 있으리라.

위의 옛 명나라 이탁오가 한 말처럼, 얼마전에는 평소에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사실을 발견한 적도 있었다. 그들을 통해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지고 커진다는 사실을. 해묵은, 오래된 하지만, 따뜻한 가까운 인생의 스승 말이다. 또한 반면, 오늘 나는 또 한명의 친구를 마음에서 지웠다. 그저 이기적인 내 판단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로 오는 그의 마음은 내가 기대했던 그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나는 그러기로 했다. 내가 그에게 늘 진심이었거늘, 그는 가벼운 나를 발견해왔던 것이라면 그 link는 더 이상 active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때가 좋았지..라고 회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 중에 하나인 사람이다. 아마 사람을 만나면서 어떠한 기준이나 척도로 사귀지 않았던 시절. 돈이나 명예 따위의 목적이 아닌, 함께여서 즐거울 수 있었던 유년기의 장난끼섞인 시절의 모습들이 그리운 것일테다. 100명이 아니더라도, 10명이 채 안되더라도, 고작 2~3명의 사람일지라도 그가 내 옆에 있으면 즐겁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고, 때론 반대도 하고, 못하는 술일지라도 소주 한잔에 수만단어를 이야기하며 밤새는 줄 모르고, 여자친구를 소개해 주고 싶고,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 저녁을 하고 싶고, 그에게 내 집, 내 방이 부끄럽지 않고, 내가 혹은 그가 가진 것들이 샘나지 않고, 그의 기쁨이 진정 나의 즐거움이 되는 그런 친구. 내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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