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하는 여행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부딪히는 상황에 대한 즐거운 판단과 상상을 할 수 있게 해 주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걷고 걷고 또 걸으면서 도란도란 나누는 재미 또한 놓칠 수 없는 것이 동행의 즐거움이다. 일상을 벗어나 '나'를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고작 30대 초반의 여행객일 뿐이고, 내가 알고 있는 삶에 대한 지표들은 수 백명의 사람들 가운데의 하나일 뿐 더 크고 혹은 더 작은 의미를 갖지 않는다. 아마 그런 여유로움이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되는게 아닐까.
잊어야 할 것들을 너그러이 흘려보내고, 기억해야 할 것들을 조용히 마음 속에 새기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걷던 길들이 기억나야 한다. 매일 매일이 즐거운 여행이 될 수는 없겠지만, 1분, 10분 혼자 있는 공간과 시간이 되면 그런 여행의 마음을 기억해 본다.
08년 10월 경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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