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획자 되기
하나.
냉정하게 판단하면, 기획자의 부가가치는 분명 리더십에서 나온다고 단언할 수 있다. Z라는 프로젝트를 A대리가 진행하느냐, B팀장이 진행하느냐는 단순히 연차와 직급에 근거한 분류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 물론 연차와 직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내공'의 기운을 동반한다 하더라도 이는 분명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힘'에 더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누가 더 동료를 귀찮게 하느냐, 누가 더 동료와 부대끼느냐, 누가 더 내버려두느냐.
둘.
기획자에게 있어서 그 '무언가를, 그리고 누군가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다름 아닌 '문서작성'이기도 하다. 위의 칼럼에서도 언급했다 싶이, 기획자의 역량은 이처럼 지금까지 그가 만들어 내었던 무수한 페이퍼들의 양과 비례한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논리로만 따지면, 최종 아웃풋을 제출하는 디자이너와 개발자와 달리 기획자는 그 둘의 최종 아웃풋을 끄집어 낼 때까지 작성했던 숱한 PPT와 XLS, TXT 등의 확장자들과 함께 뒹굴고, 큰소리 치고, 기운 넣어주고, 같이 저장한다. 그 데이터들은 결국,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히스토리를 리스트업하고 DB화 했기 때문에 결국 자신만의 힘의 원천으로 작용된다. 그래서 상황에 따른 판단을 위의 데이터들을 근거로 하여 동료들의 결과물을 이끌어 내는데 큰 영향력을 갖게 된다.
셋.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분명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중에 한 사람이라면 기획자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되어야 함이 옳다. 융통성과 합리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한 순간 순간의 의사결정이야말로 기획자가 뿜어내는, 가지고 있어야할 최고의 역량이다. 때론 '대박쏜다~' '대박쏴~' '쏴봐대박'과 같은 카피에서부터 '~ 한답니다~', '합니다', '해요', '할 예정입니다'와 같은 소소한 문구까지도 기획자의 손을 거쳐야 한다. 그 뿐인가? 밤새 제안서 한권 집필하기, 집필한 책 발표회 갖기, 디자이너와 메인 비주얼 찾아주기, 개발자와 불가능한 프로세스 가능하게 만들기, 시도때도 없이 문서 작성해서 메신저와 도보로 날려주기, 일일 진행 검토 및 보고하기, 썩 멋드러진 사이트 스크랩해서 디자이너랑 함께 즐겨보기.
내가 기획자여서 어쩔 수 없지만 분명 기획자라는 이름을 단 그 순간부터 360도 전방위 프로젝트 관리 모드에 돌입해야 한다. 그것이 단순한 열정만으로가 아니라 머리, 팔, 다리, 어깨, 등 멜 수 있는 곳이라면 모든 곳에 자신이 경험하고 긁어모은 이론과 지식 그리고 트랜드를 무장하고서 말이다.
'진흙속에 진주'라는 말이 있다. 뭐 말이라는게 가져다 붙이면 대부분 얼추 맞기 때문에 특별히 딴지가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기획자는 늘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역량을 120%, 150% 때론 200%까지 끌어 올려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아직 진흙속에서 허우적대거나 혹은 자신이 진주임을 모르는 동료들을 위해서 그 아름다움이 발해질 때까지 같이 닦아주고 닦아주고 한번 더 닦아주어야 한다. 그러면, 그는 분명 어느새인가 조직에서, 그리고 업계에서 진주를 만들어내는 손이 되어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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