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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산다는 것

Inside/[북]같게.다르게읽기 | 2003/09/29 01:00 | 재회#
 

텅빈 충만


텅빈 충만 - 법정
★★★★★

도서관에 무척 많은 사람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개강한지 이제 이틀이 지났는데, 벌써 무슨 과제를 받은건지 아니면 하나같이 고시를 준비하고 있는건지 모두 책을 쌓아놓고 무언가를 열심이다. 가까운 후배, 동기들도 토익에 공무원고시에 자격증에 눈에 불을 켜고 시작부터 난리다. 정말 난리다. 바로 그들이 나의 조바심을 부추기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내가 읽은 책 한 권으로 이런 조바심들을 날려버렸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어쨌든 내게 이 책은 감히 ‘깨달음’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내게 독서욕을 불러일으켰다면, 법정 스님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들일지도 모르나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들과 해답을 조용히 일깨워주었다. 종교에 대한 금언, 잠언서들이 하나같이 좋은 말씀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막연한 미래나 후세를 동경하고 깨우치려는 것들이 아닌, 우리의 실 생활에서 매일매일 곱씹어도 하나도 질릴 것 같지 않은 말들이 담겨있다. 비록 내가 불교 신자는 아닐지라도, 쉽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아닌 지혜를 배우고, 삶을 든든히 여길 수 있는 말들. 법정 스님 역시 말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그 틀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고 하셨지만, 좋은 말들은 몇 년, 몇 백 년이 지나도 읽혀지고 암송되어 남는 것 아닌가. 사회와 단절되지 않고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을 참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도록, 그래서 굳이 내세가 아니더라도 속세에서 황금같고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말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과의 아름다운 관계. 나아가 본연의 ‘내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들. 너무나도 빠르고 급박한 우리네 삶에 촉촉한 단비와 같은 여유로움을 책을 읽는 내내 느끼면서 도서관에서 열심히 자신의 몫을 해내려는 끊임없는 미래의 내 경쟁자들을 보면서 오히려 ‘교양’이라는 내 만족으로 읽고 있는 이 한 권의 책 때문에 내가 더 든든하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허황된 자만은 아니리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스님의 말씀을 남겨본다.

l         禪(선)이란 무엇인가 : 유마경에서 유마힐이 사라불 좌선시

“앉아만 있다고 해서 그것을 좌선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현실속에 살면서도 몸과 마음이 동요가 없는 것이 좌선입니다. 생각이 쉬어버린 무심한 경지에 있으면서도 온갖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 좌선입니다. 번뇌를 끓지 않고 열반에 드는 것이 좌선입니다. 이와 같이 앉을 수 있는 때 비로소 부처님께서 인정하는 좌선이 될 것입니다.”

      달마와 혜가의 安心問答(안심문답)

      “제 마음이 몹시 불안합니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십시오”

      “그래? 그럼 어디 네 마음을 가져오너라. 편하게 해주마”

      “(한참 망설인 끝에) 아무리 제 마음을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습ㄴ다. “

      “찾는다 할지라도 그것이 어찌 네 마음이겠느냐. 이제 너에게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노라.
”

l         텅빈충만

“누가 내 삶을 만들어 줄 것인가. 오로지 내가 내 인생을 한 층 한 층 쌓아갈 뿐이다.”

“빈 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만하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득찼을 때 보다도 더 충만하다.”

l         입 다물고 귀를 기울이자

“입 다물고 귀 기울이는 습관을 익히라.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중심으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말과 생각이 끊어진데서 새로운 삶이 열린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l         수류개화실 여담

“혼자 있을 때 나는 가장 넉넉하고 충만하다”

l         눈속에 매화 피다

“행복이란 결코 큰데 있지 않다. 사소하고 미미한 것들 속에 행복은 보석처럼 박혀 있다. 아름다움이 먼데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일상 속에 함께 있는데도 그걸 찾아낼 줄을, 볼 줄을 모를 뿐이다. “

l         불란서 여배우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말 수가 적어야 한다. 생각대로 불쑥불쑥 나오려는 말을 안으로 꿀꺽꿀꺽 삭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뀐다.”

l         가야산의 후배들에게

“순간순간이 바로 나를 형성하는 일이고 또한 구체적인 수도생활임을 명심한다면,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지낼 수 없다. 시간을 아껴서 활용할 줄 모르고 무익한 일에 흘려버리지 말아야 한다.”

l         집착에서 벗어나려면

“주는 사랑에는 집착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자꾸 받기만을 원하면 사람이 무뎌지고 오만해지고 불만과 괴로움이 따르게 된다. 괴로움의 뿌리를 살펴보면 거기에는 대개 집착이 도사리고 있다. 집착이 없으면 괴로움은 없다”

l         평생의 양식 : 힌두교의 전설

“남천왕이라고 하는 신중의 으뜸 신이 있었는데, 인간이 하도 오만 불손한 행태를 부리자 다른 신들과 모여 인간에 대해 의논하기로 했는데, 결국 인간에게서 신의 능력과 자격을 박탈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 능력을 어떻게 감추어두느냐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는데, 먼저 지구 밑 바닥에, 아니면 바다 밑에 감춰두려 했으나 남천왕은 그것을 인간이 가장 찾기 어려운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추어두기로 하였다. – 卽心卽佛(즉심즉불)”

l         끊임없는 정진

“덕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덕을 잊어버리고, 지혜로운 사람은 스스로 지혜를 잊어버림으로써, 참된 덕인이고, 참된 지자일 수 있다.”

l         역사는 되풀이 되는가

“역사는 전진하는 것이지 후퇴하는 것이 아님을 절대로 절대로 잊지 말라. 우리 시대와 국민을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아달라.”

l         우리는 너무 먹어댄다.

“말로써 가능한 앎은 참된 앎이 아니다. 말의 틀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이 직접 느끼고 부딪히며 맛을 보아야만 자신의 삶을 이룰 수 있다.”

l         모년 모월 모일

“이른 아침에 웬 미친 중이 올라와 전생에 자기가 단군이었다고 하면서 한참 떠벌리다가 내려갔다. 사람 종류 많듯이 중 종류도 많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사람을 대했을 때는 아무 대꾸도 말고 입 다물고 있어야 한다. 뭐라 대꾸하다가는 똑같이 미친놈이 되고 마니까”

“… 내 유년 시절의 속뜰”

l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자”



텅빈 충만 - 법정 스님 전집 4  법정(法頂)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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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29 01:00 2003/09/29 01:00
TAG book, 교양, 법정,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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