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를 아십니까? 우선 TEDxSeoul 사이트에 소개되어 있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TED는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약자로, 미국에서 주최되는 연례 국제 컨퍼런스입니다. “Ideas Worth Spreading(퍼뜨릴만한 아이디어)”라는 슬로건 아래 1984년부터 기술, 오락, 디자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발표를 하고 이야기를 나눠 왔습니다.자기가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18분 동안 혼신을 다해 발표합니다. 이야기의 주제와 분야는 종횡무진입니다. 심리학, 철학, 디자인, 과학, 음악, 미술, 운동, 종교, 교육까지 모든 분야를 넘나듭니다. 뇌종양을 앓은 적 있는 하버드 출신의 뇌과학자가 이야기하는 죽음과 해탈에 대한 이야기, 지구 곳곳을 다 다녀본 인류학자가 말하는 인간의 보편성, AI의 아버지 마빈 민스키가 말하는 인공지능 이야기에서부터, MIT 미디어랩의 네그로폰테가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100불짜리 컴퓨터 이야기, 트위터의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가 들려주는 인터넷 이야기까지 TED는 여기 일일이 거론할 수 없는 가슴 설레이는 이야기들로 가득찬 컨퍼런스입니다.
TED 행사가 11월 28일(토)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U-FLEX에서 열렸습니다. 1시부터 시작이었으나, 늦게 일어난 관계로 2시에 도착했더니 이미 첫번째 세션이 마친 상태였고, 다행히도 쉬는 시간이어서(무려 30분!) 구석자리에 조용히 들어가서 주섬주섬 Macbook을 켜고 앉았습니다. 사실 이번 TED 행사 참석 후보 대기 명단에 거의 마지막에 오른 듯 해서 참석 못하겠구나 했는데, 다행히 턱걸이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30분간의 긴 휴식시간은 TED에서 연사들과 그리고, Staff들과의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하라는 의미에서 길게 잡아주신 듯 보였습니다. 실제 컨퍼런스나 세미나를 가게 되면 생각보다 그런 시간이 10분 가량 뿐이어서 잠깐 화장실 다녀오면 끝나기 마련인데, 대부분 밖에서, 안에서 많은 분들이 서로 앞 세션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시는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내국인이 약 160명 정도, 외국인도 약 100명 정도로 꽤 많이 참여해서 TED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참석했던 세션의 연사들과 내용은 간략하게는 아래와 같습니다.
2.1. 케빈 켈리 : 웹 다음 5,000일 예측(Kevin Kelly: Predicting the next 5000 days of the web)
TED Talk에 있는 영상 중 Wired 편집장을 맡고 있는 케빈 켈리의 Talk로 시작되었습니다. 웹은 인간의 두뇌와 점점 비슷한 구조로 되어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1억 클릭이 일어나고 있으며, 55조의 링크가 생성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21세기 현재 우리가 만들어 내고 있는 웹은 하나의 거대한 기계(Onle Huge Machine)라고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었고, 결국 다음 5천일 뒤의 웹은 웹이 처음 태동할 때의 중앙집권적인 데이터의 형태처럼(하지만, 기존의 것과는 훨씬 다른) 변화하지 않을까라는 논지의 Talk입니다. 링크(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라는 책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하나의 큰 머신이 각각의 디바이스들(PC, 휴대폰 등등)에서 발생하는 이슈와 현상들을 수집하고 데이터화하면, 웹이 관계를 정의해 주고, 그 관계가 분석을 통해 의미있는 데이터로 보내준다는. 결국 시멘틱웹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 또한 인간은 점점 다른 기술(문자, 사진, 기록 등등)에 의존하게 되어 문자나 기록이 없는 생활은 상상이 불가능하다는 생각. 결국 의식적인 지능이 아닌 통계화되고 데이터화가 된 인공지능이 발달하여 구글과 같은 기업이 하는 일이 이러한 인공지능을, 검색을 통해서 만들어 주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2.2. 정지훈(@hiconcep) Medical Engeener
2부의 2번째 세션은 하이컨셉님이 인간의 두뇌와 관련된 소셜웹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트위터가 아닌 실존인물(?)을 막상 현실에서 뵙게 되니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정지훈님에 대한 프로필 소개 페이지입니다. http://tedxseoul.com/xe/4341
2.3. 송치복, Copywriter : The Law of Universal magnetism
유난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신다던 송치복님은 ‘지하 150m 암반천연수로 만든 맥주, 하이트’, ‘OK! SK!’,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현대카드’,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2002 대선 캠페인’ 등의 주옥같은 카피를 써 주셨던 분입니다. 보통 우리가 컨셉이라고 부르는 사물의 정의를 ‘진실’이라는 눈으로 시각을 바꾸어서 바라보며 고객에게 다른 진실을 보여주고자 노력하셨던 사례들과 함께 진행해 주셨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영상이 화면을 가득 매울 때는 저도 모르게 울컥하는 심정이 되었습니다. 송치복님의 프로필 페이지입니다. http://tedxseoul.com/xe/4324
2.4. 김창원, Blogger(Google)
지금은 구글의 소속이 된 Google에 근무하시는 김창원님은 국내의 웹 서비스 등과 관련된 현실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네이버, 싸이월드 등의 국내 최초 웹2.0 모델(?)들과, Active-X 문제, 아이폰 등과 관련된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몇가지 사항들에 대한 Insight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로 진행해 주셨습니다. 영어로 PT를 하셨는데, 다행히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잘 설명해 주셨답니다. 그리고, 행사 중에 트위터에 보니 다른 분들이 ‘속 시원하다’ 라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다들 국내 웹과 모바일 서비스 환경에 불만을 이런 큰 행사에서 누군가가 말해 주어서 그런지 그런 반응들이 꽤 많았습니다. http://tedxseoul.com/xe/4208
후아. 이 양반. 정말 멋집니다. 본인의 프로필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고, 몇 가지의 마술과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는데, 굉장히 느낌(!)이 있습니다. 트위터에도 썼습니다만, 마술이 단순한 트릭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종합 엔터테인먼트라는 생각이 들도록 짧은 시간에 깊은 인상을 준 세션이었습니다.
게다가 3분 짜리의 대사도 없는 퍼포먼스에서 음악과 쉐도우매직만으로 감동을 받아봤습니다. TED가 마술이라는 세션으로 부여해 준 자리가 아니라, 꿈을 꾸는 사람에게, 그리고 그 꿈을 다른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능력자에게 그 세션을 제공해 주었다는 생각이 든 자리였습니다. 기회를 만들어서 꼭 공연장을 찾고 싶다는 생각. 아마 여성팬들 완전 확보하셨을 듯. http://tedxseoul.com/xe/4187
3.1 조너선 지트렌(Jonathan Zittrain) : 임의적 친절 행위로서의 웹(The Web as random acts of kindness)
3번째 세션의 첫번째 Talk의 내용은 웹상에서의 무작위적인 친절함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Talk를 강추 드립니다! 일단 연사의 PT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강조에 따른 강약조절이 극명하고, 어려운 용어가 거의 없이, 각종 웹사이트에서 우리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만드는 친절함에 대한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해 줍니다. 특히 Wikipedia에 대한 개념이나 어떻게 돌아가는 서비스인지 아직 모르시는 분들께는 정말 유용한 Talk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얻은 Insight는 저도 트위터에서 가끔 이야기하곤 하지만, ‘Geeks chane our world’입니다. 그런데 그 Geek들은 댓가를 원하고 하는 행위가 아니라는거죠. 적절한 명성과 적절한 보상(때론 무보수의!) 정도만! 이들은 왜 이런걸까요? 아래 영상에서 그 현상과 이유를 함께 들어보세요.
3.2. 오마이뉴스 오현호 대표기자(@ohyeonho)
‘시민기자’의 컨셉으로 출발했던 오마이뉴스의 대표님이십니다. 10년간의 오마이뉴스가 차지하고 있던 위상과 여러 이야기들을 잔잔하게 들려주셨습니다. TED가 왜 오현호 대표님을 연단에 올리셨는지 역시 또 고개가 끄덕여지는 세션이었습니다. 개인이 미디어가 되고, 그 미디어가 탄탄해 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연대하라는 마지막 말씀이 기억에 남으며, 아마 오마이뉴스와 관련된 여려가지 많은 말씀들을 더 해 주고 싶으셨을텐데 짧은 시간 때문에 뭔가 아쉬움이 남으시지 않으셨나 싶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http://tedxseoul.com/xe/4217
3.3 황두진, 건축가
‘우리동네 건축가’라는 컨셉으로 세션을 진행해 주셨던 황두진님은 프로필페이지에도 나와 있지만, 한옥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던 기회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대 한옥 건축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건축물은 저 멀리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떨어져 있는 곳이 아닌, 바로 내가, 우리가 자란 우리 동네에서부터 출발하는 건축을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말씀도 재미있게 하셨고,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사이트를 주셨던 시간이었습니다. http://tedxseoul.com/xe/4154
3.4 이자람, 국악인, 리드보컬
솔직히 이 마지막 세션은 자리에 앉아서 이 분의 세션이 시작되기전까지만 해도 가장 고개가 갸우뚱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일단, 국악에 완전 무식한 저로써는 생소한 이름이었고, 더군다나 ‘창’은 그다지 선호하는 분야가 아니었기에 더 TED의 의중이 궁금했었습니다. 시작하기 바로 전에 검색을 통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이 분의 나이(-_-;;;). 1979년생. 나이에 먼저 놀라고, 이 분의 생각이 전해지면서 두번 놀라고, ‘소리’를 듣고 세번 놀랐습니다.
‘판소리를 음악만으로 분류하지 말고,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본다면 전통과 퓨전의 경계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둘은 결국 공통의 ‘소리’를 가지고 있다’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역시 또 TED의 이유있는 선택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은결님의 마술과 퍼포먼스가 그러했듯이 이자람님의 짧은 공연들을 보면서 세상의 흐름을 타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 아니라,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고, 만들고, 나누는 사람이 바로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해 주었습니다. http://tedxseoul.com/xe/4165
TEDxSeoul 11/28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라이브캐스팅이나 VOD로 봤더라면 참 많이 아쉬워하고 후회했을 듯 합니다. 사실 근래 가게 되는 세미나나 컨퍼런스는 대부분 ‘실무’와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업무에 대한 ‘자극’은 상당히 많이 받고 돌아오는 편이나, ‘꿈’에 대한 자극을 받는 자리는 그렇게 흔하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이 동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참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자리 역시 흔하지 않습니다. 혼자 앉아 있던 5시간이 비단 웹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장르를 무시하고 정말 TED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 처럼, Inspire, Share, Change를 크게 경험할 수 있는 그래서 이 행사를 더욱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함께 하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자리가 아닌가 합니다.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자꾸만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고, 트위터에 공유하고 싶고, 이 생각을 함께 나누면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물씬 풍기는 그런 하루였습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서 정신없이 준비해 주셨던 많은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좋은 경험을 얻고 갔으니 이 좋은 경험을 저는 이렇게 공유하는게 가장 최고의 답례가 아닐까 합니다. 다음 번에도 놓치지 말고 꼭 참석해서 더 많이 이야기하고, 나누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
TED 공식 홈페이지 : http://www.te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