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추기로 결정했던 나는 서서히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상담을 받고-사실은 상담을 받는다기 보다 대화를 나누면서 나를 더 이해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출근을 하는 날이면 약을 복용하고, 늘 앉던 자리가 아닌 교류를 최소화하고 타인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층에서 근무를 하고, 와이프에게 자잘한 소사를 묻기 시작했고, 소소한 농담을 건네고, 짧아도 함께 앉아서 눈을 보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늘이려고 하고, 엘리에게 더 자주, 크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아직 고장나 있지만, 밝은 쪽에 서 있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벌어지지 않은 일을 예측하고 미리 행동하는 것을 줄여보고 있다. 하지만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다. 노력을 한다는 것은 내게는 ‘신경을 쓴다’는 의미이고 그게 결국 ‘어떻게 되지 않게 하려고‘ 하는 내 예측 기반의 활동을 저지하려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바로 오늘이 그런 변화를 명시적으로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 책의 중간 또는 말미에 나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나는 내가 가진 환경론적인 기저를 불신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환경적인 경험의 레이어들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미움받을 용기’의 서문부터 내 손을 느슨하게 잡고 부드럽게 그리고 내가 생각할 수 있게 천천히 이끄는 것만 같다. 나를 가장 잘 들여다보는 것만 같아서 나는 한장 한장을 넘기며, 밝은 쪽에 서기로 했다.

남의 이목에 신경 쓰느라 현재 자신의 행복을 놓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 감수 및 추천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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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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