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 점심을 챙겨주고 오늘 일정을 보다가 문득 도대체 와이프는 그간 이 빼곡한 일정들을 어떻게 소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촘촘한 일정을 엘리가 소화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 사이 사이에 와이프도 뭘 먹고 챙겨주고 그래야 하는데 그게 정상적으로 아주 쉽게 되지는 않았을텐데. 엘리가 아무리 잘 도와준다고 해도 정작 본인 밥 챙기고 본인 스케쥴 소화하는 일이 와이프에게 엄청나게 버거웠을텐데 말이다. 또 미안함이 고개를 든다.

엘리는 테스트를 무사히 마친 듯 하고 인터뷰 같은 아젠다는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녀석은 담담한 어투로 임한 듯.

집에 와서 원숭이게임과 블럭게임을 몇 차례 하고 엘리는 숙제를 하고 나는 옆에서 녀석을 지켜보기만 했다. 좀 애매하게 이모님이 계신 월요일이라 눈치 아닌 눈치를 보면서.

학원에 보내기 위해 헐레벌떡 또 준비하고 택시를 타고 근처 분식집에서 우동과 김치찌게를 각각 먹고(녀석은 우동을 고작 2젓가락과 오뎅 3조각을 막고) 6:20분이 되기도 전에 들여 보냈다. 이상하게 녀석을 집어 넣은 것만 같은 느낌이었달까. 뭔가 씁쓸했다. 나는 또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시켜 놓고 1시간 30분 가량의 시간을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녀석을 기다렸다.

다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자마자 욕실에서 물놀이를 하고 잠깐 아이패드를 보고 오래간만에 셋이 함께 잠을 청했다.

@2021년 8월 23일 / D+2,214일


sigistory

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Bio and Contact
Related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