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를 업데이트 했다. H사 쪽에는 지원서를 임시저장해 두었고, T사에는 일단 보냈다. H사는 ‘고객만족 최우선’이라는 카피가 움찔하게 만들었고, T사는 ‘가슴뛰는 일’이라는 카피가 설레이게 만들었기 때문에. 한 달 뒤에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
수리를 맡긴 아이패드를 찾고 몇 몇 지인들과 찬구들과 연락을 주고 받다가 효진이 누나의 한마디에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괜찮아. 가슴 뛰는 거 해.’ 섣부른 선택과 의미 없는 고민들 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의미의 조언. 두근거렸다.
상환부장님괴 수화와 점심을 먹고 제안서 알바 관련 전화를 받았다. 2-3주는 해야할 것 같은데 우선 차주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하고자 하던 방향이기는 하지만 효진이 누나와의 조언 그리고 주변에 점점 스타트업으로 향하는 지인들의 행보와 내가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의 생각들이 뒤엉켰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가슴 뛰는 일을 하자는 내 생각과 그 가슴 뛰는 일이 무엇인가를 떠올리다 엘리와의 이야기를, 현재 진행중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욕구가 아주 조금 더 크게 채워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나 다른 사람들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이 아닌 내 이야기 말이다. 경제적인 우려를 걷어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어제 G국제학교 면담을 다녀온 와이프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현실적이지 않은 고민이기도 하다. 오늘 점심을 같이 한 지인들에게도 나의 결혼 생활과 아이에 대한 생각들을 오롯이 내 생각과 경험이기 때문에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경제적인 풍요까진 아니다라도 엘리에게 더 좋은 환경과 세상을 보여주는데 어렵지는 않을까.
엘리를 데리러 가는 강남 길은 언제나처럼 늘 막힌다.
에릭 선생님을 만나서 이런 저런 짜투리 대화를 했다. 에릭의 말 중 일부는 못 알아 듣고 나는 ‘Really?’ 라고 던지고 내가 전하려는 말은 엉성한 어법과 어순으로 전달되었다. 뭐. 적어도 엘리와 도나에 관한 근래 상황들은 분명 서로 이해한 듯. 위층에도 원을 넓혔는지 헬게이트가 열린 것 처럼 아이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틈에 녀석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녀석은 늘 그랬듯이 나와 수영장엘 갔고 오늘도 결국 숙제하느라 11시를 넘기고 말았다. 안쓰러움과 미안함 때문에 녀석의 작품활동에 참여했지만 7살 꼬마에게 너무 어려운 일을 매일 시키는 것만 같다.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도 숙제 때문에 짜증이 난다며 이미 푸념섞인 화를 내고 말있지만. 너도 매일이 어렵겠지…
@2021년 9월 2일 / D+2,2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