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이면 이제 다른 환경의 세상으로 새로운 발을 내 딛는다. 11월부터 장장 5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직장이 없이 백수라는 이름으로 살았는데, 앞으로 살면서 또 이런 날들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이런 시간이 다시 와서는 안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와 와이프 그리고 엘리와 소소하지만 많은 시간들을 함께 웃고 울고 즐거워하고 짜증내며 그저 일상을 올곧이 함께 보냈던 더없이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그간 내가 소비했던 시간은 대신 ‘나’에 대한 컨텐츠를 만드는데 할애하지는 못했다. 후회라기 보다는 그간 사람들을 만나던 나에게는 늘 컨텐츠가 있었는데 일상을 지내다 보니 일과 관련된 것들이 많이 없어진 느낌이다. 혹자는 쉴 때 이란 생각들을 하지 않고 쉬어야 다시 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아직 달리지 않고 있고 스타팅 라인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의 나는 불안함이 없을 수가 없지 않겠는가.

그 일상과 시간 그리고 나에게 있었을만한 컨텐츠들을 다시금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가야한다. 이전에 십년을 일했던 것 만큼의 에너지나 비전을 갖추지 못한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어제는 요 며칠은 와이프에게 이유없는 짜증과 냉랭함만 보여주고 있다. 이 짜증과 묵묵함이 습관이나 성향이 아니라 잠깐 스쳐가는 바람이니까.

그래도 미안해. 우리 와이프야. 내가 미안해…

@2016년 3월 8일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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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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