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싸움

끝없는 SKT와 KTF의 차세대 이동통신 마케팅 전선에 최근 재미있는 경쟁이 붙었다. 2세대에서 이어지는 비동기식 3세대(G) 서비스 WCDMA 브랜드인 SKT의 ‘3G+’와 KTF의 ‘SHOW’의 브랜드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간단하게는 영상통화와 무선통신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각오로 시작되고 있는 양사간의 사활을 건 전쟁이다. 사실 SKT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굳건한 1위 브랜드와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다양한 광고와 마케팅 이슈들을 만들어 내었다. ‘011’이 갖는 브랜드 파워에서부터 ‘TTL’이 갖고 있던 타겟 특화 브랜드 서비스까지 줄곳 ‘압도적이다’라고 할 만큼 사용자층에게 충분히 어필해 왔었다. 그런 면을 놓고 본다면 KTF의 브랜드와 서비스는 ‘만년 2등’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SKT, 왜 이래?

하지만, 이동통신의 3세대 전략은 양사의 추구 방향이 사뭇 다르게 보인다. 철저하게 ‘이미지 메이킹’만을 고수하던 SKT는 이번 3G 사업에서 역시 다르지 않은 형태를 고수했다. 이미 자사의 이동통신 브랜드의 ‘T’를 내 놓으면서 과거 TTL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크게 바뀌지 않은 것 처럼 보인다. ‘TTL이 뭐지?’ 하면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듯이 ‘T’역시 뚜렷한 개성을 지닌 ‘젊은이’들에게만 포커싱되어 철저한 고급형 그리고 매니아형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명과 광고에서 보여주는 ‘너무 안보여주기’가 오히려 이번엔 악재로 변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사실 소비자들에게, 그리고 고객에게 ‘비동기식’, 제3세대’와 같은 표현 자체가 접근하기 쉬운 방법이 아니었음에도 ‘똑똑한’ SKT가 너무 자만에 빠진 것일까? 3G+는 너무너무 어려운 표현이다. ‘삼지플러스’도 아니고 ‘쓰리지플러스’는 도무지 한큐에 무슨 서비스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사실 광고는 더 어렵다. ‘이미 세상을 생중계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고 있듯이 1세대, 2세대 이동통신 모델과는 확연히 다른 ‘화상통화’에 대한 포커싱이 너무 어렵게 접근하고 있는건 아닐까?

 

SHOW를 하네!

처음에 www.show.co.kr이라는 도메인으로 티저 광고가 나가기 시작할 때, 개인적으로는 판도라TV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 그것도 메타동영상(?)쯤 되는 미디어 사이트가 오픈할거라 예상했었다. TV CF 역시 그런 냄새가 풍겼고.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SHOW는 KTF의 브랜드였다. 물론, KTF 역시 CF에서도 명확한 서비스에 대한 인지측면에서는 SKT의 3G+와는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SHOW’라는 브랜드명은 SKT가 두려워할 만큼 강력한 파워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3G+와 SHOW. 사용자가 인지하는 측면에서 문자만으로도 쉽게 보이지 않을까? 특히 여기에 ‘화상통화’라는 양념만 살짝 부어주면 3G+는 결코 SHOW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 여기에 하나 더. KTF는 아침에 뿌려지는 무가지를 통한 광고에서는 오히려 더욱 디테일한 서비스를 알리고 있다.

‘내가 찍은 것을 실시간으로 전국에 생중계할 때 우리는 쇼한다고 한다'(무가지 신문 SHOW 메인 카피)

브랜드명 자체가 이미지를 가꾸기 위한 광고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이제부터 시작!

최근 SKT 광고에서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SHOW는 싫다’라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KTF의 SHOW 서비스를 비하하는 듯한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SKT로써는 KTF의 SHOW의 두드러진 가입자 증가세가 분명 두려웠던 부분이 아니었을까. 역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미 거액의 마케팅 비용으로 3G+라는 브랜드를 알리고 있는 SKT로써는 부담스러운 부분일테지만 브랜드명에 대한 교체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초기에 사용자에게 인지시켜 주었어야 할 부분을 KTF에게 빼앗긴 상태라면 오히려 더 막대한 광고를 통해서 구겨진 자존심을 살려야 할 듯 보인다. 만년 2등의 설욕전이냐, 영원한 1위의 방어전이냐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sigistory

SF 영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게임과 레고에 빠져있으며, 그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바보 아빠.

Bio and Contact